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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범털 집합소’ 서울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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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6 23:11:53 수정 : 2025-01-16 23: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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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질서의 확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위를 가로질러 방문객을 맞이하는 문구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 후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곳에 구금되면서 국내외 스포트라이트가 집중하고 있다. 윤 대통령 구금 장소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 보통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피의자가 결과를 기다리는 방이다. 통상 다른 피의자와는 함께 구금되지 않아 사실상 독방이다. 10㎡ 크기 방에는 화장실(반투명벽), 세면대, 책상 겸 밥상, 이불, TV 등이 갖춰져 있다.

교도소·구치소 은어 중 범털, 개털이라는 말이 있다. 범털은 부유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 호랑이 털처럼 윤기가 도는 수감자, 반대로 개털은 별 볼 일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을 말한다. 서울구치소는 검찰이 수사한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유명 연예인이 주로 거쳐 가는 곳이다. 범털 집합소로 불리는 이유다. 1995년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된 노태우 전 대통령,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곳을 피하지 못했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수감 중이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니 범털 집합소의 범털 중에서도 범털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 본인이 구속했던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됐던 곳에 본인이 구금되는 얄궂은 운명의 주인공이 됐다. 공교롭게도 구인 피의자 대기실은 2023년 백현동 개발 특혜, 쌍방울 대북송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정적(政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대기한 곳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이 방에서 피의자로 전락한 신상을 비관하며 세상을 향해 분노를 키울지, 아니면 국가와 헌정을 혼란에 빠트린 12·3 비상계엄 사태를 반성하고 있을지 알 길은 없다. 그제 공수처 조사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어제는 아예 조사를 거부한 것을 보면 전자인 것으로 보인다. ‘법과 질서의 확립’. 윤 대통령이 검찰 입문 후 가슴에 새겼을 이 문구의 의미를 곱씹기를 바란다. 우리 헌정사에서 다시는 ‘서울구치소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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