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땐 손해… 中企유통매장 두달간 매출 2400만원 그쳐 국내 쇼핑명소 명동에서 중소기업 제품이 외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이 주목된다.
중기제품의 브랜드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지만 명동 상권을 장악한 대형 여행사의 ‘옵션 쇼핑’ 진입장벽도 큰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중소기업유통센터에 따르면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 11곳의 상반기 전체매출(49억9800만원) 가운데 39억3300만원이 서울 목동의 행복한 백화점 4층 전용매장(3636㎡)에서 나왔다.
하지만 지난 5월 두 번째 규모(299㎡)로 문을 연 명동매장(히트500플라자)의 두 달간 매출은 고작 2400만원. 직원 월급과 운영비도 충당하지 못했다.
특히 명동매장은 정부 돈 12억원 외에 서울시가 8억원을 투자해 보증금만 15억원가량을 투입할 정도로 매출 기대가 컸던 곳이다.
중기유통센터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엔저로 명동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대폭 줄어든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하지만 중기제품은 명동상권을 장악한 대형 여행사들이 요구하는 ‘마진’을 떼어줄 수 없는 처지라서 ‘옵션 쇼핑’에 포함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엔저로 일본인이 명동을 외면하는 사이 ‘큰손’으로 자리 잡은 중국인의 80∼90%가 단체 관광객인데, 중국 관광객을 데리고 오는 여행사가 수수료로 통상 30%, 많게는 50%까지 요구하고 있다.
중기제품 전용매장은 정부가 운영하는 만큼 중소기업으로부터 매출의 15% 내외를 떼어 새 매장 확보와 제품 홍보 등에 쓰는 탓에 여행사 측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 명동매장을 열기 전에 여행사 여러 곳을 접촉해 “해외여행객이 값싸고 질 좋은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소연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중기유통센터 관계자는 “명동상권 상당수가 여행사의 ‘옵션 쇼핑’으로 먹고 산다는 게 놀라웠다”며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 힘을 쏟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하는 간행물 등을 통해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믿을 수 있는 매장’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우리밀로 만든 헤이리 ‘똥빵’이나 부산에서 유명한 허브아이스티, 호두과자 등 지역명물 먹거리도 팔고, 중국 최대 신용카드 회사인 은련카드와 가맹점 계약도 맺었다. 매장 안에 휴대전화 무료 충전기도 설치하고, 외국어로 된 할인쿠폰도 배포할 예정이다.
중기유통센터 관계자는 “값싸고 좋은 제품이 많으니 언젠간 명동매장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찰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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