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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다단한 인간의 마음 충실하게 좇는 카메라
유하 감독과 조인성·주진모의 출연, 그리고 제작비 100억원 등 스케일로 촬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영화 ‘쌍화점’은 16일 시사회 이후에는 파격적인 노출과 세밀한 영상 등으로 그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광고 문구 역시 ‘격정의 고려, 금기의 기록’. 원의 지배를 받던 고려 말 자치를 꿈꿨던 왕과 원 출신 왕후, 그리고 왕의 ‘총애’를 받았으나 ‘배신’한 홍림 등 세 인물의 애증을 그렸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은 격정적인 베드신이나 고려 왕실의 동성애라는 소재보다 인간의 본성적인 감정 변화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한다.

이들의 말처럼 ‘쌍화점’에서 소재나 노출은 모두 부차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고려 공민왕(주진모)과 호위무사 홍림(조인성)의 격렬한 키스장면이 영화의 관객몰이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사실 홍림과 왕후(송지효)의 베드신과 별반 다른 느낌이 아니다. 동성애 코드가 있다고 해서 절대 ‘브로크백 마운틴’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노출 수위만 놓고 볼 때 ‘쌍화점’은 ‘미인도’를 뛰어넘어 ‘색, 계’에 버금간다. 그러나 결코 ‘거시기’하지 않다. “내 모든 걸 다 보여줬다”는 조인성의 말처럼 영화 곳곳에는 그의 벗겨진 엉덩이가 등장하지만 ‘화끈거림’보다는 ‘애틋함’이 앞선다.

신인급 배우 송지효의 화끈한 노출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데도 그렇지 않은 것은 “여배우에게서 여자로서의 매력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끄집어내려 한 감독”(주진모)의 연출 의도가 다분히 작용했다.

퓨전사극이라는 틀거리에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담았다는 ‘쌍화점’은 러닝타임 133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촘촘하게 짜인 웰메이드 멜로드라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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