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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이재명 정치는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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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7 22:51:36 수정 : 2025-04-07 22: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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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신 계엄 택한 尹 파면
헌재, 野에 관용·자제 정치 주문
민주공화정 위기 재발 막으려면
권력 독점 해소할 제도 절실해

다시 정치의 시간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이 전원일치로 내놓은 장문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 핵심은 ‘국가 통치=정치’라는 것이다. 정치로 풀어야 할 야당과의 갈등을 비상대권 ‘한 방’으로 풀려고 했던 윤 전 대통령은 한마디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주문이다. 헌재가 조목조목 위헌성을 지목한 계엄 포고령이 윤석열 정치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정에 방해되는 야당, 비판하는 언론, 말을 듣지 않는 의료인을 처단한다는 것이 그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헌재는 정치 대신 계엄을 택한 윤석열에 대통령직 파면으로 책임을 물었다.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될 지경이라도 헌재에 정당 해산을 제소하든 헌법 개정안이나 국민투표, 법률안 제출로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제도 개선을 꾀했어야 했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국정의 한 축인 야당을 향해서도 ‘관용과 자제의 정치’를 권했다. ‘국회는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는 대목이다. 윤정부 공직자를 상대로 20건이 넘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예산 감액안을 단독 처리한 더불어민주당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황정미 편집인

관용·자제의 정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은 상호 관용과 자제의 규범이 깨지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경쟁자를 공존의 대상으로 삼고, 법이 정한 권한이라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자제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한계선이라는 얘기다. 본지가 보도했던 ‘전복의 딜레마’ 이론의 요체도 같은 맥락이다. 게이브리얼 렌즈 UC버클리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상대 진영이 먼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믿으면 자신들도 민주주의 절차를 무너뜨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민주주의 규범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정치 양극화가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힘 있는 쪽에서 관용·자제를 보여야 판이 바뀐다. 힘이 있는데도 상대를 제압하지 않을 때 말 붙일 공간이 생긴다. 대한민국 정치가 작동하지 않은 건 0.73%포인트 차로 대선에서 이기고도 ‘절대 권력’을 가진 듯 행세한 윤석열과, 지난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 득표율 5.4%포인트를 앞서고도 압도적 의석(지역구 161, 비례 14)을 가져간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 탓이었다. 1표라도 더 얻는 승자가 권력을 독식하는 시스템을 고쳐야 거대 양당의 적대 정치를 누러뜨릴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소선거구제를 바꾸거나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선거법부터 손보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윤석열은 떠났지만 압도적 다수의 제1당은 건재하다. 이 대표는 차기 지도자 0순위로 거론된다. 정치판을 바꿀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윤 파면 이후의 정치를 걱정하는 건 이재명의 정치 또한 관용·자제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과 단독 처리 법안 숫자가 보여준다. 총선 과정에 자신에 비판적인 정치인들을 내친 ‘비명횡사’ 공천도 상징적이다. 그는 헌재 선고가 지연되자 윤석열 복귀 프로젝트설과 제주 4·3, 광주 5·18과 같은 유혈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법부를 겁박하기도 했다.

헌재는 ‘민주주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정돈된 논리로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내려 헌법수호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국민들은 의연했다. 일부 과격한 광장 세력을 빼고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지금 이대로면 저절로 권력을 차지할 걸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두 차례 대통령을 파면한 민주공화정을 집단 체험한 국민들의 눈높이는 다르다. 국회 권력을 마음껏 휘둘렀던 세력이 행정부 권력을 거머쥘 경우 민주주의가 온존할까 질문할 것이다. 스스로 권력을 자제한 ‘선의의 지도자’는 이제껏 없었다. 이 대표는 어떻게 권력 독점을 막고 관용·자제의 정치를 제도화할 것인가. “내란 종식이 먼저”라는 건 답이 아니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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