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야무지다의 제주 방언)’ 오애순과 ‘팔불출’ 양관식의 일생을 사계절에 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거칠고 투박했지만 순수함이 존재했던 부모와 자식 간 파란만장한 인생을 다채롭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세상 모든 엄마들이 등장해 눈물을 뺀다. 자식에게 “너는 내 프라이드야. 걸작이야”라고 말하는 ‘비뚤어진’ 모성은 가슴을 저미게 하기도 한다.
지난 2월 4일 개그우먼 이수지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대치맘’을 풍자한 ‘제이미맘’ 영상을 올렸다가 구설에 올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엄마로 분한 이수지는 자신의 4살 아이 제이미를 학원에 바래다주고는 외제차 안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녀의 과외 교사를 구하기 위한 면접을 본다. 자식의 영재성을 자랑하던 중 배변 훈련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어디 대치맘뿐일까.
조기 교육에만 혈안이 된 작금의 모성을 풍자적으로 그렸는데 유명 여배우에게 악플이 달리는 등 불똥이 튀었다. 더 이목이 쏠린 건 이수지가 걸친 수백만 원대 패딩과 명품백 등 패션이었다. 패러디가 유행하자 대치맘들 사이에서 ‘창피해서 더는 못 입겠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실제로 중고 거래 플랫폼엔 패딩 매물이 쏟아졌다.
도치맘은 자기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고 아끼는 극성 엄마들에게 고슴도치의 ‘도치’라는 단어가 붙어 생긴 신조어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스 홍콩 출신 여배우 리 티안종(37)이 4살 딸 교육을 위해 7인승 차량을 구입해 모든 일상을 차 안에서 해결하고 있어 ‘괴물 부모’라 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녀의 딸은 하루 두 개의 유치원에 다니며, 여섯 차례 왕복 이동을 감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과는 오전 7시 30분에 시작돼 차 안에서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으며, 아침 식사까지 해결한다. 리는 딸을 위해 차 안에 휴대용 변기까지 설치했단다. 홍콩 학부모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녀와 딸의 일상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SNS) 팔로어 수만 1만6000명을 웃돈다. ‘도치맘’의 끝판왕이다. 우리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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