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상과 유대 강화·주변국 영향력 확대 총력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새로운 경제패권 경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달러화의 씨가 마르면서 각국이 국가부도 사태를 피하기 위해 ‘달러우산’을 찾아 나선 결과다. 금융위기가 터진 후 세계경제의 화두는 ‘안전지대 찾기’다. 달러를 구할 수 있는 안전지대로 피하면 살아나고, 그렇지 못하면 국가부도의 벼랑으로 내몰린다. 국가신용도도 ‘안전지대에 대피했느냐’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맹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를 찍어내는 미국과 세계 최대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의 힘은 커지고 있다. 이들은 국제경제의 주도권을 쥐려고 물밑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의 요동 속에 세계경제의 판도는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띨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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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세계 전략=중국 외교부의 친강(秦剛) 대변인은 최근 “국제사회는 평등하게 협상해 금융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행간에는 미국과 유럽을 경계하는 뜻이 담겨 있다. 금융위기를 이용, 세계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달러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달러를 공급받기 위한 ‘미국에 줄대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결과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협정이다.
미국은 지난달 선진국 및 일부 신흥국가와 통화스와프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 협정을 통해 달러 부족으로 국가경제가 부도나는 것을 막아주고자 한다. 미국과 이 협정을 맺은 나라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일본, 호주 등 14개국이다. ECB, 영국, 일본, 스위스에는 제한 없이 달러를 공급하고, 한국 브라질 싱가포르 멕시코 등 신흥 4개국에는 각각 300억달러 한도 내에서 달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러시아와 동구 국가는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협정에는 기존 세계경제 지배 구도를 유지하려는 선진국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통화 맞교환 방식으로 달러자금을 대주자면 상대 국가의 경제가 튼튼해야 하지만, 통화스와프협정은 미국의 우방국에만 달러를 집중 지원해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중요한 국가”라며 “달러지원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지 못한 국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달러자금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IMF의 구제금융지원은 국가부도를 사전에 예방하는 장치가 아니다. 부도난 나라의 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돈일 따름이다.
◆뭉치는 중화자본과 확대되는 중국 영향력=새로운 맹주를 자처하고 나선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중국의 ‘중화자본 지키기’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홍콩경제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3일에는 천윈린(陳云林)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이 대만에 간다. 중국의 10개 은행장도 천 회장을 따라 대만에 간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위기에 따라 중화권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는 지난달 29∼31일 대규모 화교상인(화상) 대회가 열렸다. 중국 국무원화교판공실과 쓰촨성 정부가 주최했다. 중국의 반관영 ‘중국신문’은 “세계 2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화상이 대거 참가했으며,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많은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다. .
화교자본이 집중돼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중국의 입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 러시아에 200억∼250억달러를 대주기로 한 데 이어 30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긴급 총리회담에서는 회원국에 저리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직접 SCO 회원국의 외화자금난을 풀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SCO 회원국은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다. 이란, 인도, 파키스탄, 몽골 등 4개국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에 10억달러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들 국가는 미국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부도 나는 나라들=최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나라의 공통점은 ‘강력한 경제블록’에 끼지 못한 나라, 미국·중국 입장에서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나라들이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곳은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헝가리, 파키스탄, 벨로루시 등 5개국이다. 세르비아도 IMF와 비공개 자금지원 협상을 하고 있다. 아시아·남미·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세계 금융위기의 최대 희생자는 힘 없는 이들 나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들 나라의 부도가 본격화되면 세계경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미국과 유럽의 세계 전략=중국 외교부의 친강(秦剛) 대변인은 최근 “국제사회는 평등하게 협상해 금융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행간에는 미국과 유럽을 경계하는 뜻이 담겨 있다. 금융위기를 이용, 세계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달러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달러를 공급받기 위한 ‘미국에 줄대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결과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협정이다.
미국은 지난달 선진국 및 일부 신흥국가와 통화스와프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 협정을 통해 달러 부족으로 국가경제가 부도나는 것을 막아주고자 한다. 미국과 이 협정을 맺은 나라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일본, 호주 등 14개국이다. ECB, 영국, 일본, 스위스에는 제한 없이 달러를 공급하고, 한국 브라질 싱가포르 멕시코 등 신흥 4개국에는 각각 300억달러 한도 내에서 달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러시아와 동구 국가는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협정에는 기존 세계경제 지배 구도를 유지하려는 선진국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통화 맞교환 방식으로 달러자금을 대주자면 상대 국가의 경제가 튼튼해야 하지만, 통화스와프협정은 미국의 우방국에만 달러를 집중 지원해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중요한 국가”라며 “달러지원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지 못한 국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달러자금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IMF의 구제금융지원은 국가부도를 사전에 예방하는 장치가 아니다. 부도난 나라의 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돈일 따름이다.
◆뭉치는 중화자본과 확대되는 중국 영향력=새로운 맹주를 자처하고 나선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중국의 ‘중화자본 지키기’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홍콩경제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3일에는 천윈린(陳云林)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이 대만에 간다. 중국의 10개 은행장도 천 회장을 따라 대만에 간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위기에 따라 중화권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는 지난달 29∼31일 대규모 화교상인(화상) 대회가 열렸다. 중국 국무원화교판공실과 쓰촨성 정부가 주최했다. 중국의 반관영 ‘중국신문’은 “세계 2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화상이 대거 참가했으며,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많은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다. .
화교자본이 집중돼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중국의 입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 러시아에 200억∼250억달러를 대주기로 한 데 이어 30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긴급 총리회담에서는 회원국에 저리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직접 SCO 회원국의 외화자금난을 풀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SCO 회원국은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다. 이란, 인도, 파키스탄, 몽골 등 4개국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에 10억달러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들 국가는 미국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부도 나는 나라들=최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나라의 공통점은 ‘강력한 경제블록’에 끼지 못한 나라, 미국·중국 입장에서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나라들이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곳은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헝가리, 파키스탄, 벨로루시 등 5개국이다. 세르비아도 IMF와 비공개 자금지원 협상을 하고 있다. 아시아·남미·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세계 금융위기의 최대 희생자는 힘 없는 이들 나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들 나라의 부도가 본격화되면 세계경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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