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학교 폭격 논란=이스라엘군이 포탄을 발사한 유엔학교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제공한 피난처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에 이 학교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좌표를 통보하고 공습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사전협조까지 구했다. 국제기구가 보장한 피난처에 이스라엘이 폭격한 것이다.
이번 폭격은 교전 시 민간인 희생자를 최소화하도록 규정한 국제법 위반 논란을 낳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피난민을 위한 유엔 시설을 위험에 빠뜨린 이스라엘의 공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유엔은 이스라엘 측에 이번 공격에 대한 엄정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유엔학교 내부에서 이스라엘 군부대를 향해 박격포가 먼저 발사됐으며,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이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UNRWA의 크리스토퍼 귀네스 대변인은 7일 “유엔학교에 하마스 무장요원이 없었고 전투 행위도 없었다는 점에 99.9%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국제법을 위반한 데 대해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 돌리는 국제사회=그동안 이스라엘 편에 서온 미국도 유엔학교 공격엔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공격소식이 전해진 직후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이날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처음으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1월20일(취임식)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우리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동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중동이 가장 어두운 시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카라카스 주재 이스라엘대사를 추방했다.
5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는 유대교 회당을 겨냥한 방화 공격이 발생했다. 벨기에에서는 이스라엘 비난 시위의 강도가 점차 거세짐에 따라 경찰당국의 경계태세가 강화됐고, 영국에서는 이스라엘 가자지구 침공 이래 유대인을 상대로 한 공격 행위가 4배 이상 늘었다.
◆한 발 물러선 이스라엘=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 정부가 인명 손실이 너무 큰 목표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수뇌부가 하마스와의 휴전에 지나치게 완고한 입장을 보이면서 전쟁을 지속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안팎의 비난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7일부터 매일 하루 세 시간씩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육군 대변인은 가자지구로 가는 구호물자와 인도주의적 지원팀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날부터 매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인도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구호단체의 호소에 호응한 조치로 보인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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