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FTA 문제는 운도 떼지 못했다. 추한 뒷모습만 남긴 것이다.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생산적 국회상을 구현할 책무는 이로써 차기로 이월됐다. FTA 처리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원죄도 크게 작용한 만큼 청와대와 내각도 딴전 부릴 수 없다. 행정·입법부 공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임시국회는 오늘 폐회된다. FTA 비준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이젠 시간 여유가 없다. 비록 17대 국회의 잔여 임기가 1주일가량 남기는 했으나 의사일정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임기 내 처리는 물거품이 된 것이다.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펼 생각도, 능력도 없는 것이 불임(不姙) 의정의 원인인데도 양측은 서로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국익이 증발되든 말든 정파적 이해만 재는 탓이다. 이런 꼴불견이 어디 있는가.
민주당을 위시한 야 3당은 어제 해임건의안 처리에 매달렸다. 국민을 우습게 보고 광우병 파문 확대에만 주력한 것이다. 만약 야 3당이 FTA를 처리하고 이와 별개로 소고기 공세를 펼쳤다면 국민도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었다. 최소한 진지하게 협의하는 모습만 보여 줘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FTA는 헌신짝 취급하며 정치공세만 벌였으니 무슨 인정과 박수를 받겠는가. 하물며 해임건의안 표결처리마저 6표 부족으로 무산됐으니 망신살만 자초한 결과 아닌가.
정부 여당도 오십보백보다. 미국 소고기 수입 문제에 무신경, 무책임하게 대처해 주도권을 잃은 원죄가 한없이 무겁다. 집권세력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치적 포용력도 부족했다. 야당 탓할 계제가 아니다. 성난 민심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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