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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현실 동떨어진 ‘외국인 가사사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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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9 00:37:07 수정 : 2025-04-29 00: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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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체류 유인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참여한 건데, 현재까지 접수가 많이 들어오지는 않네요.”

경남도 관계자는 머쓱해했다. 그는 가사사용인 사업으로 유학생 등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생긴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돌봄 인력난 해소’에 방점이 찍힌 줄 알았으나 지방자치단체 생각은 달랐다. 지자체 입장에선 이 사업이 ‘저출생 구원투수’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지민 사회부 기자

외국인 돌봄 문제를 연구해온 사람들 사이에선 현장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예견된 결과다.

법무부의 시범사업에 애초 3개 지자체가 참여하겠다고 했다가 전북도가 철회에 나서 현재 서울과 경남만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 참여 발표 당시 300가구 연결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신청 외국인은 50명 이하다.

가사사용인은 가사 분야에 종사하지만 개별 가정과 사적 계약을 맺는다. 근로기준법 11조는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해선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이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고,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음지화한 가사 분야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에 가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만들어진 게 2021년이다. 4년 뒤인 지금, 정부가 나서서 사적 계약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퇴행했다.

우선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구상이 문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제조업 공장에서 일해도 최저임금은 받는 시대다.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시장에 뛰어들 외국인이 많지 않다는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수요자를 만족하게 할 길은 난망하다.

근본적인 의문은 굳이 왜 ‘외국인력을 법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으로 내모는가’이다. 돌봄 시장에서 외국인력이 그토록 중요하면 제도화한 시장으로 이들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인력을 가사근로자로 일하게 하는 대신 가사사용인으로 일할 경우 체류 기간 연장 등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는 시장을 확대하는 일을 과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것일까. 노동계는 계속 질문하지만 그럴듯한 답변은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건 지난해 9월 시행된 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부정적인 면은 끊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는 해당 사업 규모를 올해 1200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했고, 이에 대한 정책 결정은 계속 유보 상태다. 당시 이들은 가사사용인과 달리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았는데도 긴 이동시간 등 근무 조건이 구설에 올랐다. 제조업 대비 낮은 임금 수준도 마찬가지였다. 필리핀 인력이 사업장을 이탈한 배경으로 낮은 임금 수준이 거론됐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소한 보장받아야 하는 임금이다. 이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일자리를 정부가 나서서 만들겠다는 건 역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임금 차별’에 집착을 버리길 바라는 마음은 이 때문이다. 그 방향은 결코 돌봄 노동 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님을 정책 결정자들이 유념하길 바란다.


이지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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