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니버즈, 베베카 등 유럽산 유모차는 수입가격이 평균 38만원 선인데도 백화점에서는 79만∼149만원에 팔리고 있다.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 등 인도네시아산 운동화나 리바이스와 캘빈클라인 등 멕시코산 청바지, 일본산 안경테, 이탈리아산 선글라스, 영국산 위스키 등 다른 품목들도 비슷한 가격 차를 보였다. 농수산물과 석유제품보다는 유명 브랜드의 공산품이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나 명품을 선호하는 일부 계층의 소비성향을 악용하는 악덕 상혼이 엿보인다. 수입업체는 영업·마케팅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순 가격비교로 바가지를 씌운다고 몰아부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억울하기야 봉 신세로 전락한 소비자일 것이다.
관세청 발표에는 수입품의 가격인상을 억제하고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떨어뜨려 물가안정 효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관세부과와 관세범 처벌 이외의 목적으로 통관 정보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관세법에 저촉될 수 있는 데다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을 감안해 브랜드별 가격 대신 품목별·브랜드군 별로 최저·최고·평균가격이라는 ‘제한적 자료’로 공개를 감행한 것에서 이런 정부 의도가 짚인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농수산물 이외에는 대부분 수요층이 제한적인 수입 물품들이어서 서민 생활 물가와 연관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한심한 것은 물가 안정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수입품 가격 공개로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정부 행태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대로 치솟고 과자 음료 등 식품값이 잇따라 오르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 입장에선 고작 그 정도 밖에 내놓을 게 없느냐고 정부에 묻고 싶은 심정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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