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충남 태안 백사장해수욕장에 마련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다가 실종된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이병학(17)군의 부모는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가슴이 미어졌다. 이군의 부모는 “어떻게 수영도 못하는 교관이 학생들을 깊은 바다에 몰아넣고 헤엄쳐 나오라고 할 수 있느냐”며 격노했다. 이군의 친구들은 “우리를 구하려다 병학이가 실종됐다”고 했다.
이군의 부모는 “처음에 학교 측으로부터 ‘학생들이 무단이탈해서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며 “평소 잘못 가르친 아비로서 선생님들께 종아리를 맞을 심정으로 왔지만, 학교 측이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아이들을 구해야 할 교관은 멀뚱멀뚱 쳐다보고 깃발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할 뿐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때 병학이가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은 파도에 휩쓸려갔다”고 전했다.
이씨는 “구명조끼는 입혔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현장을 찾았는데 구명조끼도 몇 개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병학이는 1남1녀 중 막내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며 오열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데도 교관은 아이 하나 구하지 않았다”며 “해경에 신고한 것도 사고가 난 지 30여분이 지난 뒤라는 말이 나왔다. 안전 불감증으로 가득한 사람 잡는 캠프였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실종 학생 부모는 “사고가 난지 6시간이 넘었는데도 학교 측이나 해병대 캠프 업체에서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지 얼굴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오후 5시34분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마련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진모(17)군 등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이 실종됐다. 해경과 해군은 헬기 3대와 함정 2척, 경비정 8척, 공기부양정 1척, 연안구조정 5대, 수중 수색대 등을 투입해 사고해역 인근에서 실종된 학생들을 찾고 있다. 19일 오전 6시5분 실종된 학생 5명 가운데 이준형(17)군의 시신과 진우석(17)군의 시신이 인양됐다.
해경은 캠프 교관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ehofkd11@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