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다가 실종된 친구들과 함께 바다에 빠졌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김모군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고 당일 학생들은 90여명씩 2개조로 나눠 노 젓기 등 래프팅 훈련을 받았다. 김군 등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바다에 나가 배를 저어보고 해변으로 나왔다. 이후 구명조끼를 다른 조 친구들에게 건네준 김군 등은 친구들이 훈련을 마칠 때까지 해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교관 한 명이 쉬고 있던 90여명을 일으켜 세워 바다 쪽으로 들어오라고 유도했다.
김군은 “얼차려 등을 받으며 교관의 지시를 따라왔기 때문에 10명씩 줄을 맞춰 바다로 따라 들어갔다”며 “교관이 따라오라는 곳까지 가는데 갑자기 앞줄 20여명이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파도가 몰아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제 키가 작다 보니 물속에 빠졌다 나오기를 반복했다”며 “친구들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서로 손으로 누르면서 물속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출동한 구명보트에 탄 교관이 튜브를 던져줘 다행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수영을 못하는 친구들은 계속 거기에 남아 있었다”며 울먹였다.
모든 상황은 불과 10~20분 사이에 벌어졌다. 당황한 교관은 학생들을 구하지 않고 호각만 불며 ‘빨리 나오라’고 재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 인솔교사는 없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김 군은 “바다에서 빠져나온 뒤 인원점검을 해보니 학급마다 몇 명씩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교사들은 없었고, 친구들을 구조하러 온 경찰이 (교사들에게)연락할 때까지 이 사고를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관도 도와주지 않았고 인솔 교사도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은 전날부터 19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여했다. 해경과 해군은 헬기 3대와 함정 2척, 경비정 8척, 공기부양정 1척, 연안구조정 5대, 수중 수색대 등을 투입해 실종된 학생들을 찾고 있다. 해경은 19일 오전 6시5분 실종된 학생 5명 가운데 이준형(17)군의 시신과 진우석(17)군의 시신을 각각 인양했다.
이은정 기자 ehofkd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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