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캠프측에 훈련자제 요구
10년 전에도 유사 사고 발생 18일 오후 충남 태안의 한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서 발생한 실종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사고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교는 매년 서해안 바닷가에서 해양캠프를 개최했지만 안전관리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물살이 빠른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항상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주민들도 접근을 꺼리는 곳으로 캠프측에 수차례 사고 위험을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주민은 “사고지점은 바다에 앉은 새 다리가 부러질 정도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물살이 빠른 곳”이라며 “제대로 된 안전관리자도 없어 사고 전날에도 캠프에 찾아가 훈련 자제를 요구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오후5시34분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고등학생 5명이 실종되자 해경 구조대가 해안가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
특히 학생들이 실종된 백사장 항포구 인근에서는 10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현돈(54) 태안군해수욕장연합회장은 “2003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학생들이 물에 빠져 숨졌다”며 “주민들이 사설 해병대 캠프 업체 쪽에 이 같은 사실을 주지시키고 수없이 경고했음에도 실종사고가 났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 회장은 2003년 7월 13일 같은 장소로 하계 캠프를 온 중학생(당시 14) 2명이 바다에 빠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고 했다.
또 사고가 난 캠프 업체 측은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유 중인 구조선은 모터를 달아놓은 고무보트 1∼2척에 불과했고, 구명조끼도 불량품을 포함해도 100여개 밖에 없을 만큼 안전장비 상태가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이번 실종사고 캠프 업체 측에 찾아가 안전시설을 갖추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고당일 태안지역을 비롯한 서해안지역은 장마전선 등의 영향으로 수시로 강한 바람과 돌풍이 불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캠프 운영업체가 안전규정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사설 해병대 훈련캠프는 교관들의 지도아래 주로 2박 3일 일정으로 유격훈련, 타워 강하 훈련, 보트훈련 등 각종 극기훈련을 하는 곳으로 수년전부터 초 중 고교에서 단체로 참가하고 있다.
태안=김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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