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 서울역 2층 대합실. 북한이 ‘은하 3호’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1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시민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무리를 지어 화면을 주시했다. 함모(39)씨는 “아침 신문에서 북한이 로켓을 해체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이 정도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놀아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안보를 밑바닥으로 추락시킨 정부는 자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모(52·여)씨도 “천안함 피격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발사 예측도 못 하냐”면서 “이번 사태에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게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OUT”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한국보수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김정은 OUT’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북한과 가까운 백령도 주민들은 하루 종일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연평도 어민회 간부 김모(39)씨는 “북한이 로켓을 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온 직후부터 내심 불안한 심리상태였다”며 “북한 로켓이 서해상에서 대폭발했다면 파편과 독성연료가 궤도 아래에 있는 백령도·연평도·어청도를 강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심모(42)씨도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서해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늘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며 “북한은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는 “로켓이 발사되고 난 직후 직통 핫라인을 통해 해병부대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주민들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안내방송을 자제하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천=이돈성 기자, 박현준·오영탁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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