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사·승진에 필수 시험
응시자 한 해 200만명 넘어
1인 평균 비용 59만원 달해 “방학을 이용해서 점수를 더 올리려고요.”
대학생 이모(26)씨는 내년 1월부터 영어학원에서 토익(TOEIC)과 토익스피킹 수업 2개를 동시에 듣는다. 현재 가지고 있는 점수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에 입사원서를 낼 예정”이라며 “그 전에 원하는 점수를 만들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교육평가원(ETS)이 개발한 실용영어능력평가시험 ‘토익’이 국내에 들어온 지 올해로 30년. 기업체 입사에서 영어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토익 시험 응시자가 3년 연속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7일 한국 토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내 1200대 기업 대부분이 토익 시험점수를 입사나 승진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대학 입시·공무원 시험 등에도 사용된다. 토익은 1982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기업 승진자·해외근무자 선발에 주로 쓰이다가 1990년대부터 입사시험에도 적용됐다.
응시자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3년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평균 점수는 990점 만점에 558.1점(2000년)에서 633점(지난해)으로 80점 가까이 올랐다.
2008년 삼성그룹이 공채 응시자격에 영어 말하기 시험점수를 추가하면서 영어 자격증 시장은 몸집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 토익스피킹(TOEIC Speaking) 응시자는 24만명, 영어 말하기 시험인 오픽(OPIc)은 18만명이었다. 4년 전에 비해 10배 안팎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영어 자격증 열풍’에 따른 사회적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응시료 부담 등 사회문제도 발생했다.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 유니온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의 89%가 토익에 응시하는데 평균 응시횟수는 9회, 응시료 평균 비용은 59만원으로 나타났다.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큰돈이다. 2월에는 대형 토익학원이 첨단 장비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출제문제를 빼돌리는가 하면 지난해 8월에는 토익 시험을 대리로 치르고 응시자들의 각종 서류를 위조해 준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한학성 경희대 교수(영어학)는 “업무에서 영어능력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자격증을 요구하고 입사 면접에 현장 영어시험을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회적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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