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서울시교육감 후보 지지 등 초심 잃어
격렬 몸싸움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위대들이 26일 밤 지하철 종각역 인근의 차도를 불법 점거한 뒤 거리행진을 시작하려다 강제 해산에 나선 경찰을 밀치며 억지로 길을 트려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8일 경찰과 시민들에 따르면 시위가 극심했던 지난 26일 저녁 서울 종각 일대에서는 시위대에 의한 경찰버스 파손, 경찰 지휘관 고립, 무전기 등 경찰장비 탈취 등 그야말로 무정부 상태였다.
자정을 넘겨서는 경찰이 시위대에 붙잡혀 웃통이 벗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위 현장에 있던 경찰 2명이 시위대에 제압돼 보신각으로 끌려가 야유와 비난을 받았고, 웃통이 벗겨진 채 20여분간 뭇매를 맞은 것이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124개 중대 1만1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했지만 시위대 1500여명(경찰 추산) 중 100여명의 극렬 시위자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찰은 이날 경찰의 상의를 벗긴 채 집단폭행한 시위대에 대해 경찰 채증자료 및 인터넷, 목격자 탐문 등을 동원해 신원확인 등 수사에 착수, 가해자를 가려내 사법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 구성에서는 가족을 동반한 일반시민들의 참여가 많았던 촛불집회 초기와는 달리 전대협, 안티 이명박, 아고라 등의 깃발을 앞세운 전문 시위꾼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구호도 ‘이명박 사퇴하라’ 등이 나와 정치성을 띠었다. 일부 극렬 시위대는 일반 시위대를 선동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한 뒤 빠져나가는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촛불시위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진보성향의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8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소고기 유통 저지, 미친 교육 심판’ 촛불시위를 열어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6일 촛불시위에선 국민대책회의 주관으로 진보진영의 주경복 후보가 참석하는 토론회를 예고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집회를 벌이거나 유인물을 배포하는 행위는 물론 특정 후보만 토론회에 참석시키는 것 모두 선거법 위반이다.
검·경 등 관계 당국이 촛불시위 과정에서 수차례 밝힌 ‘엄정한 법집행’ 의지가 막상 현장에선 헛구호에 그치자 전문가들은 “법원과 검찰, 경찰이 공권력의 위상 확보를 위해 일관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예전 한국 시위대가 해외 원정시위를 나가 불법집회를 벌이다가 곤욕을 치른 후 다시는 (해외에서) 폴리스라인을 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법 집행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강경근 운영위원은 “과거 군사정권 때처럼 공권력을 원죄로 인식하고 국민의 주권행사가 어떤 것이든 올바른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할 때”라면서 “경찰·법원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일관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홍·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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