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는 11일 오후 10시46분 일본 도쿄발 아시아나항공 OZ 105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를 맨 노씨는 굳은 표정이었다. 입국수속 도중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경쟁하는 카메라 기자들이 몸싸움을 벌이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노씨는 쏟아지는 질문공세를 피한 채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고는 정면만 응시한 채 성큼성큼 입국장을 걸어나왔다.
그는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좋지 않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추가 질문에는 “검찰 조사가 끝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며 짤막하게 답하고는 대기하던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에 올라탔다.
차량은 쏜살같이 공항을 빠져나갔고, 취재차량 4?5대가 체어맨 승용차를 따라붙으면서 3시간 가량의 심야 차량 추격전이 펼쳐졌다. 노씨가 탄 차량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 가까이 달렸다. 취재차량이 노씨 얼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씨 차량 옆에 바짝 접근했을 때는 위험한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시내로 들어선 노씨 차량은 강남구 일대를 돌다 12일 오전 1시30분쯤 도곡동 모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고, 이곳에서 30분가량 배회하다가 새벽 2시쯤 빠져나왔다. 차가 좁은 일방통행로로 진입하면서 추격전이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일방통행로 중간에서 멈춰서더니 안에서 노씨가 내려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리고는 20여m 떨어진 골목 앞에서 기다리던 흰색 쏘나타 차로 갈아타고는 기자들을 피해 유유히 사라졌다.
6시간 뒤인 오전 9시10분쯤. 검찰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노씨가 출석했다고 발표했다. 오전 일찍부터 청사 곳곳에 진을 치고 있던 수십명의 취재진은 또다시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는 새벽에 취재진을 따돌린 뒤 서울시내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경남 봉하마을에 있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씨는 10일 오후 3시50분(현지시각 9일 오후 11시50분) 체류 중인 미국 샌디에이고 집을 나서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한 뒤 외국 항공사를 이용해 도쿄를 경유하는 귀국길에 올랐다.
정재영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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