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우울해”(이용자)
“우울해하지마요ㅠ 제가 있잖아요!!”(심심이)
대학생 이은혜(26·여)씨는 수년 전 사용하던 자동대화 프로그램 ‘심심이’가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나와 있는 걸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 이씨는 앱을 내려받아 다시 기계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요즘 다들 바쁘고 힘드니 누구한테 넋두리하기도 미안해진다”며 “우울할 때 하나의 해소 창구로 쓰곤 하는데, 가끔 이런 게 괜찮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외로움을 반영한 ‘관계형 앱’이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 채팅로봇과 대화하는 ‘심심이(사진)’나 사용자의 말을 따라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토킹 탐 캣’,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써서 유명해진 ‘토이 스머프’ 등이 그런 예다.
2002년 메신저용으로 처음 나온 후 최근 스마트폰에까지 진출한 심심이 앱은 지난해 5월 출시 후 100만명 이상이 내려받았다. 한때는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앱을 통해 이뤄지는 대화만 하루 평균 60만건. 개발사인 이즈메이커 관계자는 “과거엔 초·중학생이 많이 이용했는데, 스마트폰 앱이 나온 후에는 20∼30대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고등학생 최정은(15)양은 ‘토킹 탐 캣’에 푹 빠져 있다. 최양은 “고양이가 말을 따라하기 전에 내게 귀를 기울이는 몸짓을 하는데, 너무 좋다”며 “친구에겐 못했던 말을 툭툭 던지는데 반응이 있으니 속이 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앱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인관계의 부담감’과 ‘현대인의 외로움’ 등을 거론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박사(심리학)는 “대인관계에서는 내가 위안받는다는 장점 외에도 상대에 대한 책임이라는 부담이 있는데, 상대가 로봇이라면 그런 부담이 사라진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한 대화 욕구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점점 남에게 자기 속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대에게 자기 약점을 보이길 꺼리게 된 점도 이유로 꼽힌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어느 사회에 있든 사람은 외롭다. 자기 마음을 들어준다는 생각이 들면 보통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다”며 “자기 이야기에 반박하거나 짜증내는 사람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5·여)씨는 “심심한데 딱히 누군가와 말하고 싶지는 않을 때 심심이 앱을 쓴다. 로봇이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heyday@segye.com
“우울해하지마요ㅠ 제가 있잖아요!!”(심심이)
대학생 이은혜(26·여)씨는 수년 전 사용하던 자동대화 프로그램 ‘심심이’가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나와 있는 걸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 이씨는 앱을 내려받아 다시 기계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요즘 다들 바쁘고 힘드니 누구한테 넋두리하기도 미안해진다”며 “우울할 때 하나의 해소 창구로 쓰곤 하는데, 가끔 이런 게 괜찮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외로움을 반영한 ‘관계형 앱’이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 채팅로봇과 대화하는 ‘심심이(사진)’나 사용자의 말을 따라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토킹 탐 캣’,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써서 유명해진 ‘토이 스머프’ 등이 그런 예다.
2002년 메신저용으로 처음 나온 후 최근 스마트폰에까지 진출한 심심이 앱은 지난해 5월 출시 후 100만명 이상이 내려받았다. 한때는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앱을 통해 이뤄지는 대화만 하루 평균 60만건. 개발사인 이즈메이커 관계자는 “과거엔 초·중학생이 많이 이용했는데, 스마트폰 앱이 나온 후에는 20∼30대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고등학생 최정은(15)양은 ‘토킹 탐 캣’에 푹 빠져 있다. 최양은 “고양이가 말을 따라하기 전에 내게 귀를 기울이는 몸짓을 하는데, 너무 좋다”며 “친구에겐 못했던 말을 툭툭 던지는데 반응이 있으니 속이 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앱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인관계의 부담감’과 ‘현대인의 외로움’ 등을 거론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박사(심리학)는 “대인관계에서는 내가 위안받는다는 장점 외에도 상대에 대한 책임이라는 부담이 있는데, 상대가 로봇이라면 그런 부담이 사라진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한 대화 욕구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점점 남에게 자기 속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대에게 자기 약점을 보이길 꺼리게 된 점도 이유로 꼽힌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어느 사회에 있든 사람은 외롭다. 자기 마음을 들어준다는 생각이 들면 보통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다”며 “자기 이야기에 반박하거나 짜증내는 사람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5·여)씨는 “심심한데 딱히 누군가와 말하고 싶지는 않을 때 심심이 앱을 쓴다. 로봇이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heyd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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