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영어마을은 2004년 경기 안산을 시작으로 서울, 인천, 전북 등 8개 시·도에 16곳이 조성돼 운영 중이다. 내년 말까지 6개 시·도에 11곳의 영어마을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시·도별로 보면 경기가 건립 예정인 3곳을 포함해 모두 7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전북 6곳(2곳 건립 예정) ▲서울 3곳(1곳 〃) ▲광주, 부산(건립 예정), 경북(〃) 각 2곳 ▲대구, 인천, 울산(건립 예정), 전남, 강원 각 1곳 등이다.
현재 운영 중인 영어마을은 광역 및 기초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관리를 맡고 있다. 명칭은 영어마을이나 영어체험학습센터로 구분된다. 영어마을은 2006년 문을 연 경기도 파주나 대구처럼 대규모 부지에 영어권 국가의 한 마을 형태를 조성하거나 대규모 건물을 리모델링해 활용한다. 영어체험학습센터는 학교 건물 등 소규모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한다.
영어마을은 대부분 학기 중 5박6일 체류 방식과 1박2일 코스의 가족이나 직장인 대상 주말 영어캠프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방학에는 학생들이 영어권 나라에서 회화 등을 공부하는 단기어학연수(ESL)와 같이 4주간 집중훈련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용자 수는 안산·파주 영어마을은 2007년 한 해에만 29만4000명(안산 1만2000명, 파주 28만2000명)에 이르는 등 개원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46만4697명이 이용했다. 전국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이용실적에도 불구하고 안산과 파주 영어마을은 2006년에 각각 33억원, 159억원(본원 포함)의 적자를 냈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지난해 말까지 모두 55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영어마을 조성비용 1500여억원을 더하면 2000억원이 넘는다.
다른 지자체 등이 운영 중인 영어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4년, 2006년 각각 121억원, 367억원을 들여 설립한 서울영어마을 풍납캠프와 수유캠프는 지난해 말까지 모두 11만683명이 이용했지만 7억여원의 적자가 났다. 이는 서울시가 영어마을 개원 후 곧바로 민간에 위탁해 적자 규모를 최대한 줄인 결과다.
이같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영어마을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 탓에 해당 지자체나 교육당국은 매년 수억∼수백억원의 적자와 운영비 등을 예산에서 충당하거나 위탁업체에 지원해주고 있다. 영어마을이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혈세낭비 논란=영어마을 원조격인 경기도는 최근 안산과 양평의 영어마을을 민간업체에 위탁하기로 하고 도 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영어마을 운영 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과 부산, 울산, 경기, 경북, 전북도 등 6개 시·도 11개 지자체가 내년 말까지 신규 및 추가로 모두 11곳을 설립하기로 해 혈세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군포시는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430억원을 들여 수리산길 일대 2만2772㎡ 부지에 총면적 7179㎡ 규모의 영어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6월 착공할 예정이다. 이천과 오산시는 각각 32억원, 9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영어마을을 만들기로 하고 다음달 공사에 들어간다.
현재 영어마을 4곳을 운영 중인 전북도를 포함해 경북, 부산시는 각각 2곳씩, 서울과 울산은 각 1곳씩 영어마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공주대 오은순(유아교육) 교수는 “영어는 단순히 회화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며 “영어학원화하는 영어마을 조성은 혈세만 낭비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경기지부 김현선 사무처장은 “충남도와 경북도는 비용에 비해 효율이 낮다는 판단 아래 도 차원에서 영어마을 조성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수준높은 원어민 교사를 학교에 배치, 집중적으로 회화 등을 배우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특히 경기도가 실패작이라고 결론을 내린 영어마을을 재정상태가 열악한 군포와 이천시 등이 앞 다퉈 설립하겠다는 것은 새 정부의 영어학습 강화정책 등 시류에 편승한 것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가 1000여억원을 들여 건립한 파주 영어마을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원어민 교사를 대폭 줄이고 마을내 체험 시설 등에 내국인을 배치하는 등 영어학원과 다를 바 없다며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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