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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자주포 진지 보는 순간, 기록 남겨야겠다는 생각뿐… 화염 치솟았지만 셔터 눌러”

입력 : 2011-11-21 20:06:00 수정 : 2015-05-28 17: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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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포격 현장 촬영 이성홍 대위 “사람들은 누가 찍었는지 잘 모르지만, 저는 그저 군인으로서 제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다. 이 찰나의 예술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한 번 더 빛났다. 포격 도발 당시 화염에 휩싸인 포진지에서 해병대원들이 K-9 자주포를 기동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본지 1면에 실렸다. 〈세계일보 2010년 11월26일자 참조〉 포격 도발 상황에 의문을 품었던 국민들에게 이 사진은 해병의 용맹함과 당시의 긴박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금도 해병대 연평부대 곳곳에는 이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연평부대 정훈장교 이성홍(27·사진) 대위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 대위는 작년 11월23일 오후 통상적인 K-9 자주포 중대 사격훈련을 촬영하고 있었다. 4포상(진지)에서 촬영하던 중 포에 문제가 발생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

“‘두둥 두둥’ 천지를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3포상 부근에 포탄이 떨어졌습니다.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는 경황이 없었지만, 들고 있던 카메라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포 진지를 향해 몸을 돌렸다. 화염이 치솟았지만 몸을 피하지 않고 셔터를 눌러댔다. 그 찰나의 기록이 연평부대의 역사가 됐고,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작년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화염에 휩싸인 해병 연평부대 K-9 자주포 진지에서 해병대원들이 대응사격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부대 정훈장교 이성홍 대위가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이 사진에는 아직 제목이 없다. 21일 이 대위는 “사람들이 포진지가 불타고, 자주포가 대응사격을 하는 사진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목을 하나 붙여 달라는 말에 그는 웃으며 “특별한 일도 아니다”라며 쑥스러워했다.

정훈장교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성격이 총력전으로 바뀌면서 군의 충성심, 신념, 군인정신 등을 함양하기 위해 생긴 자리다. 이 대위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정훈장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한국해양대 유럽학과를 졸업한 그는 해병대 학군사관후보생(ROTC) 과정을 마치고 2007년 3월 소위로 임관해 지금까지 연평도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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