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결혼한 윤 소방교는 부인(29)과 6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다. 백일사진을 품고 다니며 틈만 나면 아들 자랑을 하던 윤 소방교. 그는 여느 아버지와 같은 ‘팔불출’이었다.
‘소방관의 기도’라는 글이 있다. ‘신이시여/아무리 거친 화염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힘을 주소서/더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안게 하시고/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오래전 미국의 스모키 린이라는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를 구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죄책감에서 썼다고 한다. 대부분의 소방관은 이런 마음이었을 게다.
소방관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의 이중고에 시달린다.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소방관은 한 해 300명을 넘는다. 작년에만 8명이 숨졌다. 허리 디스크에 외상후스트레스로 전체 소방관 중 40%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58.8세. 일반인보다 18살이나 적다. 급여는 열악하다는 경찰 공무원보다 턱없이 적고, 생명수당 월 5만원, 화재진압 수당 8만원 정도이니 2교대 근무하며 한 달 15회 출동하면 목숨값은 건당 8000원 남짓이다.
그러고 보면 돈이나 명예를 원하는 사람은 소방관이란 직업이 적합하지 않다. 미국에선 소방관이 ‘총체적인 안전 책임자’라면 한국에선 ‘불끄는 사람’ 정도로 인식된다. 미국에선 많은 어린이가 “소방관 아저씨가 되겠다”고 노래할 정도다. 소방관의 직업만족도와 행복지수도 전체 직업 가운데 2위다. 시민의 재산을 지키고 목숨을 구하니 ‘영웅 대접’을 받는다. 언제까지 우리나라 소방관들에게 희생과 인내, 용기만 ‘강요’할 것인가.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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