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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서울대학교 교수·경영학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령 선거전이 이제 막을 내리고 새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되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분석되고 있지만 특히 첫 CEO 대통령의 탄생이란 보도가 필자의 눈길을 끈다. CEO 대통령이란 말은 새 대통령 당선자가 전문경영인 출신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직에 관계없이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가 CEO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리더라는 점에서 대통령은 기업 CEO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는 새로 부임하는 기업 CEO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과거의 성공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과거에 그를 성공적인 리더로 만들었던 장점이나 역량이 새로운 자리에서도 똑같이 통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막상 CEO가 되고 나서는 매우 부진한 성과를 내고 실패한 사례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 이유를 보면 과거에 자기를 성공으로 이끈 리더십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자리는 새로운 역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족한 약점이 무엇인가도 점검해보고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자세를 보여야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으로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5년이란 임기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다. 이 기간 내에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새로운 CEO가 취임할 때 첫 석 달 또는 90일간의 활동이 그 CEO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석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조직의 리더로서 안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CEO인 대통령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첫 석 달 동안 전략적 비전과 실행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조기에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어, 성공적 리더십의 모멘텀을 형성해야 한다.

셋째, CEO로서의 대통령은 훌륭한 협상가여야 한다. 선거는 윈윈이 불가능한 제로섬 게임이지만 대통령 당선자가 되고부터는 윈윈게임으로 게임의 성격이 바뀌게 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그룹의 상이한 이해관계를 통합 조정해서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는 과정은 합리적이고 치밀한 협상 역량을 요구한다. 사회적 갈등이 커서 혼란스러운 오늘의 현실에서 대통령이 훌륭한 협상가가 되는 것이 통합적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통합적 협상가는 성장과 분배, 국가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 등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들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찾는다.

지도자가 훌륭한 협상가가 되면 국민들을 자기 몫만 고집하는 배분적 자세를 넘어 상생의 길로 이끌어갈 수 있다. 지혜로운 협상가는 협상을 상대방과의 힘겨루기로 인식하기보다는 양자가 만족할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을 찾거나 공정한 기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외교관계에서나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당당하게 국익을 펼쳐나가는 믿음직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넷째, CEO로서의 대통령은 뛰어난 변화관리자여야 한다. 특히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경우는 혁신과 창조경영이 필요한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변화관리를 위해서는 무엇이 어떻게 왜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실행을 지원하는 지지그룹 확보가 중요하다. 그리고 추구하는 변화의 성격에 따라 상이한 변화관리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아무쪼록 대통령 당선자는 지금부터 앞으로의 5년을 철저히 준비하여 성공적인 CEO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온 국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이동기 서울대학교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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