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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평]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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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25 09:42:53 수정 : 2008-01-25 09: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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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서울대 교수·경영학
모든 조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화와 변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환경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직 변화의 압력도 점점 커지게 된다.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변신하는 조직은 성장·발전해 나가고 환경 변화에 둔감하고 현상유지에 집착하는 조직은 도태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 차원이든 국가 차원이든 모든 조직에 적용되는 하나의 자연법칙이다.

지금 우리는 국가조직의 변화와 개혁을 논의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는 과도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와 기업 모두 외환위기 이후의 10년간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전략을 짜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반발, 그리고 그에 따른 혼란이 수반된다. 결국 경쟁력 있는 조직이란 이러한 혼란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여 새로운 변화의 구체적 방향을 적시에 도출하고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과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접하면서 필자가 10여년 전에 장기간 참여했던 한국통신(KT)의 민영화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당시의 경험이 오늘의 현실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한국통신의 민영화 논의과정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1990년대 중반 당시 통신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한국통신 민영화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의견과 민영화에 따르는 문제점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었다. 어떤 사안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쪽과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쪽이 열심히 논쟁해봤자 합리적 결론이 도출되기보다는 서로 평행선만 달리게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프로젝트 팀은 논의의 초점을 민영화에 대한 찬반 논의 중심에서 한국통신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 해결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한국통신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민영화 대안 및 규제 재정립과 내부 경영혁신 방안을 포괄하는 종합적 대안들을 검토하여 한국통신의 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민영화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해소할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였다.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한국통신의 민영화 방안은 실행돼 현재의 ㈜KT가 출범하게 되었다.

한국통신 같은 거대한 공기업의 민영화는 다양한 내외부 관련자들의 이해가 얽힌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였다. 일견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민영화였지만 그 접근방식을 달리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민영화 찬반 논의 중심의 대결적·배분적 구도를 지양하고 경쟁력 강화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한 창조적 대안을 마련하는 통합적 구도로의 전환이라고 본다. 최근의 금융산업 민영화, 방송산업 민영화 등의 이슈에서도 과거의 한국통신 민영화 경험이 잘 활용되었으면 한다. 비록 산업의 특성은 다를지 모르지만 접근방식의 본질은 매우 유사하다고 본다.

우리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변화와 개혁 논의는 개혁세력과 현상유지세력 간 대결 구도가 아니라 국가의 장래를 위한 보다 생산적인 대안들의 합리적 토론 구도로 전개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까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을 도출해내는 생산적이고 성숙한 과정 자체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과정에 바탕을 둔 국가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 우리는 미래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동기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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