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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위안부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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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03 20:24:58 수정 : 2009-08-03 20: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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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남 하는 결혼 한번 안 하고… 평생 살아나온 게 이렇게 기구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삶의 터전 ‘나눔의 집’에 사는 김군자(83) 할머니의 말이다. 폭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운명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일제는 1930년대부터 이 땅의 수많은 여성을 강제 동원해 전쟁터의 성노예나 마찬가지인 일본군 위안부로 보냈다. 이들은 일제 패망 이후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과거를 숨기고 살았다.

일제의 반인륜적 만행은 오랜 기간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여성 순결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 탓이다. 여성단체들이 한국정신대문제협의회를 결성한 이듬해인 1991년에야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였던 자신의 과거를 공개했다. 사회의 금기와 침묵을 깬 것이다. 러시아 출신 귀화인 박노자 교수는 “한국 남성사회가 피해 여성에 대해 얼마나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예증”이라고 말했다. 일제 만행에 분노하면서도 가족 중에 위안부가 있다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경우가 흔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경제적 곤란과 정신적 상처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면서 피해자 배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수가 줄어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억울한 사연이 영원히 묻혀버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재미동포들이 반인권 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해 뉴욕과 뉴저지주에 위안부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운다고 한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 2주년을 맞아 미 의회 일각에서는 위안부 결의안의 유엔 상정을 추진 중이다. 일본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야당인 민주당도 위안부 피해 조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 보호와 인류사회의 정의 실현을 위해 명백히 밝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다. 피해 여성을 지키지도 못하고 돌보지도 않은 한국 남성의 반성이 요구된다.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날거야. 그래서 다시는 나 같은 사람이 안 나오도록 이 나라를 튼튼하게 지키는 군인이 될거야”라는 한 위안부 할머니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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