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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美는 韓·日 과거사 바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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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06 22:20:17 수정 : 2009-09-06 22: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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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언론 등 일본편향 심각

오바마는 ‘美·日 밀월’ 끝내야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4일자 한국 관련 기사에서 동해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를 표기한 지도를 게재했다.

문제의 지도가 첨부된 NYT의 기사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 활동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예산 축소와 정치권의 관심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기사와 일본해 표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NYT의 외교안보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생거도 지난 6월16일자 기사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 언급을 인용, “미국은 ‘일본해’에서 북한 선박과 화물선을 추적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력과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썼다. 일본해 단독 표기는 NYT의 관행이다. 미국의 다른 유력 신문과 소속 기자들도 거의 모두가 이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연안호 선원 석방’ 기사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행 표기하면서 동해를 앞세웠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뉴스거리가 되는 게 작금의 미 언론의 현실인 것이다. 이런 관행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동해 알리기’ 광고를 게재한 가수 김장훈씨와 같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개선될 수 있는 장기적 과제다.

한일 과거사 현안과 관련된 미국 내의 ‘일본 편향’ 기류가 미 언론의 문제만은 아니다. 워싱턴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일 과거사 관련 활동가들은 미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일 과거사 현안에 눈을 감거나 ‘일본 편향적’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07년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민디 코틀러 ‘아시아폴리시포인트’ 대표는 지난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지일파 관료들과 싱크탱크의 동아시아 전문가들이 위안부 결의안에 반대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코틀러 대표가 실명으로 지목한 한 싱크탱크 인사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국무부 요직에 발탁됐다. 부시 행정부에서 동아시아 현안을 담당했던 인사는 정권이 바뀐 뒤 싱크탱크로 돌아갔다. 미 예일대에서 국제 관계학를 전공한 코틀러 대표는 누구보다 일본을 좋아하는 국제관계 전문가다. 처음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어느 일본인 가정집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 그였지만,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신념으로 위안부 결의안 채택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가 운영하는 연구소의 일본계 후원금이 뚝 끊겼다. 어떤 싱크탱크들은 행사 초청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지워버렸다고 한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미 정부 내의 일부 관료와 싱크탱크, 미 언론이 일본을 중심으로 한통속이 되어 돌아가는 요란한 만화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일본의 선거혁명으로 철옹성 같던 자민당 체제가 54년 만에 무너지고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질적으로 변화된 일본의 새 정부를 맞아 신미일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워싱턴 외교가는 ‘대등한 미일 관계’를 내세운 하토야마 유키오 차기 일본 총리 시대에도 부시 정부 시절의 굳건했던 미일 동맹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전망하는 동아시아 전문가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가 부시 정부의 미일 관계를 복원하는 차원에만 머물러선 곤란하다.

34년 동안 일본 외교관으로 봉직한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는 미 프린스턴대 교수 시절인 2006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밀월관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역사왜곡과 신사참배 같은 과거사 문제로 이웃인 한국이나 중국과의 관계는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만 주력하는 일본 정부의 외교 정책은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일본의 안하무인격인 처신은 미국의 침묵에 의해 조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일본이 한, 중 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아시아 정치환경의 변화 속에 부시 정부의 잘못된 외교 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가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현안에 눈감았던 부시·고이즈미 밀월 기조에서 탈피, 미래지향적인 동북아 정책 구상을 펼쳐보이길 기대한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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