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손놓고 있는 사이 중국에 산재한 항일독립 유적지는 파괴돼 사라지고 있다. 안후이성 푸양시에 있던 광복군 제3지대 창설 유적지, 후베이성 우한시의 조선의용대 창설 유적지, 후난성 창사의 임시정부 청사는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이들 유적지에는 디스코텍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런데 광복군 청사가 또 사라질 위기에 놓였으니 통탄할 일이다. 광복군 청사는 사실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다. 독립운동을 기리는 몇몇 민간 단체가 보호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실상 정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형’한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하얼빈에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실려 왔다. 올해는 안 의사 서거 100주년이지만 우리는 안 의사의 무덤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중국 내 항일독립 유적지는 흔적이 거의 사라진 채 전설이 될지 모른다. 이러고서 민족정기를 말할 수 있는지 자괴스럽다. 선조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중국과 만주를 떠돌며 목숨을 던졌는데, 우리는 유적지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어제는 광복군 창설 69주년이 되는 날이다. 선조들을 뵐 낯이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중국 내 항일독립 유적지 보호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항일독립 유적지를 조사하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힘없는 민간 단체가 중국 정부에 애걸복걸 탄원하는 식으로는 항일독립 유적지가 보호될 수 없다. 중국 정부에 관리를 부탁하는 소극적인 방식도 벗어나야 한다. 중국의 필요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언제든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중국 내 항일독립 유적지를 사들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곳에 우리 정부 공관과 중국에 진출한 공기업의 사무소를 설치해 항구적으로 보존할 길을 찾아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지 못하는 나라는 미래를 열지 못하는 법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