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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칼럼] 미래교육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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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07 19:38:29 수정 : 2010-03-07 19: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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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관념 바꿔 미래교육 설계
순차교육론 등 새 인식 필요
서울대에서 30년 넘게 봉직하는 동안 학교에 대한 나의 관점은 10년 단위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교육자 편에 중점을 두어 ‘Teachers teach!’, 즉 교육자가 주도적으로 학생을 교육하는 곳으로 생각했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도입된 1990년대에는 ‘Students learn!’, 즉 교육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한편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학습하는 곳으로 생각했다. 21세기 들어서는 ‘Students exchange knowledge!’, 즉 학생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지식이 교류되는 곳으로 인식하게 됐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
2010년대에 또다시 바뀔 미래 학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중 첫째는 소비자 주권 시대를 맞이해 소비자인 학생이 원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학생만족론’이다. 둘째는 교과서보다는 기업을 포함한 사회가 원하는 현장 지향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현장지향론’이다. 셋째는 전공별로 세분화하지 말고 융합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융합교육론’이다. 모두 일리가 있는 견해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교육을 설계하려면 끊임없이 기존 관념을 바꿔야 한다.

최근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교육의 본질에 입각한 교사상’을 주제로 진행된 학술대회는 위 세 가지 견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학생을 소비자로 보는 ‘학생만족론’은 소비자에 대한 해석에 따라 오해 소지가 있다. 입학하기 전에는 학생이 학비를 제공하는 부모와 함께 고객이지만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재공품(在工品)이 되고, 졸업하면서 완제품이 된다. 교육 서비스의 궁극적인 고객은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 정부 등의 조직으로 구성된 우리 사회이다. 따라서 학생만족론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만족론’으로 수정해야 한다. 현장 실무능력을 강조하는 ‘현장지향론’은 교육이 가진 백년대계로서의 의미를 감안해야 한다. 기업은 현장지향적 교육을 강조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학교는 오늘보다는 미래 사회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만들어내야 한다. 따라서 현장지향론은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미래지향론’으로 수정해야 한다.

통섭(統攝)을 강조하는 ‘융합교육론’은 오늘날 교육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핵심이다. 다만 융합교육은 탄탄한 기초교육을 기반으로 할 때 더 큰 가치를 가진다. 학생은 자신의 분야에서 먼저 기본 지식을 갖춘 뒤 그 지식을 다른 분야와 융합시키면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거나 새 분야를 창조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융합교육론은 기초교육과 융합교육을 순차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순차교육론’으로 수정해야 한다.

미래 교육이 사회만족론, 미래지향론, 순차교육론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자의 역할에 대한 새 인식이 필요하다. 교육자는 ‘Teachers lead!’, 즉 미래에 필요한 인재상과 미래에 나타날 사회 구조를 미리 연구하고 교육 내용과 방법을 이에 맞추어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능동적 주체이다.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 학문을 배우는 경영자가 늘어나고 있다. 응용학문만 가지고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정부나 기업의 리더가 될 학생에게 이백, 두보 등의 시를 100수 이상 외우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대학은 자연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에서도 ‘기초교육원’을 두어 학생들로 하여금 배움의 즐거움, 생각의 자유로움 속에 진리 탐구의 열정을 추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미래 교육자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기초로 이들 학문을 다양하게 융합함으로써 새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활용해 교육과정을 창조적으로 개발하는 교육의 리더이다. 또한 미래 학교는 연구와 교육을 하나로 묶은 지식 창출 기관이 돼야 한다. 그리고 미래 교육은 교육자가 학생과 더불어 새로운 연구 방법으로 새 지식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과정이다.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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