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은 한 갈래로 얽힌 인간관계를 말한다. 세상만사가 인간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인맥을 맺고 관리하는 일을 허투루 해선 안 된다. 유독 인맥이 넓은 사람이 있다. 흔히 ‘마당발’이라 부른다. 인맥의 허브쯤 된다. 이런 사람은 활용할 인적자원이 풍부해 사회생활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혈연·지연·학연으로 엮인 선천적 인간관계가 인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중국의 ‘관시(關係·사람들 간의 관계)’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많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저서 ‘중국이라는 거짓말’에서 명함을 교환하는 관행에 주목한다. 이것이 인맥을 형성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중국 도처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계층에서는 어디서나 사람들을 만나면 맨 먼저 명함을 주고받는다. … 명함 교환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자본, 다시 말해 영향력의 거래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요즘은 사이버 공간에서 맺는 디지털 인맥이 널리 퍼지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최근 20∼3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인맥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60% 이상은 디지털 인맥을 통해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인맥이 수직적 관계 중심인 반면 디지털 인맥은 수평적 관계다. 파벌이나 특정집단의 소속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관계를 맺거나 끊을 수 있고 사회 비주류까지 두루 포괄한다. 그래서 디지털 인맥은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호 신뢰가 부족해 관계의 깊이가 얕다는 단점도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인맥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시대는 지났다. 인맥이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까지다. 실력을 키우지 않고 인맥에만 기대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