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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칼럼] 세계의 장수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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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20 19:03:13 수정 : 2010-06-20 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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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유럽 ‘1000년 기업’ 자랑
한국, 두산 등 100여년으로 짧아
이웃 나라 중국의 최장수 기업은 얼마나 오래됐을까. 많은 사람은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라는 선입견에서 덩샤오핑(鄧小平) 국가주석이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1978년 이후에 시작했으리라고 생각하고, 30년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실제로는 서기 1140년 쓰촨성(四川省) 이빈(宜賓)이란 곳에서 야오(姚)씨 가족이 시작한 우량예(五糧液)라는 양조회사가 중국의 최장수 기업이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
유럽의 최장수 기업은 1000년에 시작한 샤토 드 굴렌(Chateau de Goulaine)이다. 이 회사는 프랑스 낭트 지역의 루아르 밸리에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을 생산한다. 지금도 이 회사 이름이 붙여진 와인을 도매가 2만원이면 살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1141년에 시작한 바로네 리카솔리(Barone Ricasoli)란 와인 회사이고,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1304년에 시작한 필그림하우스(Hotel Pilgrim Haus)란 호텔이다. 영국에서는 1541년에 시작한 존 브룩스(John Brooke & Sons)라는 양모회사, 스페인은 1551년에 시작한 코도르니우(Codorniu)라는 와인 회사가 제각기 최장수 기업이다. 미국에서는 1702년 시작한 로즈(J E Rhoads & Sons)라는 컨베어벨트 제작 회사가 최장수 기업의 명예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장수 기업은 또 다른 이웃 나라 일본에 있는 곤고구미(金剛組)이다. 578년에 시작한 이 회사는 한국과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가 있다. 일본 황실의 시조인 쇼토쿠(聖德) 태자는 오사카시에 시텐노지(四天王寺)라는 절을 짓기로 한다. 이때 백제 가문에서 태어난 어머니 아나호베노 하시히토(穴穗部間人)의 추천으로 백제 사람 유중광(柳重光)에게 공사를 맡긴 후, 공사가 끝나자 이름을 곤고 시게미쓰(金剛重光)로 바꾸게 한 후 자손 대대로 이 절을 유지·보수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곤고구미는 1500년 이상 존속하면서 사찰과 성곽을 건축·유지·보수하는 중견 건설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6년 경영실적이 부진해 40대 마사카즈(正和) 사장을 끝으로 다카마쓰(高松)란 건설회사로 편입되고 말았다.

한국에 있는 최장수 기업은 장수 기업의 기준에 따라 몇 회사가 후보로 등장한다. 가족경영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보면 1896년 박승직상점으로 시작한 두산그룹이 2대 박두병 회장을 거쳐 3대로 내려오면서 최장수 기업의 명예를 차지한다. 다만 박승직상점이 1945년 문을 닫은 후 1946년 두산상회로 재창업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연속성이 깨진 까닭에 기업의 사업자 등록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1897년에 한성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조흥은행이 최장수 기업이다. 조흥은행은 2004년 신한은행에 매각되면서 경영권의 승계가 무너졌다. 다만 이때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은행이 역으로 조흥은행으로 편입된 다음 조흥은행의 이름을 신한은행으로 바꿨기 때문에 신한은행을 최장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1897년 동화약방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최장수 제조기업이고,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은 1905년 마산에서 시작한 최장수 지방기업이다. 대기업으로는 1919년 시작한 경성방직, 1924년 시작한 삼양사, 1926년 시작한 유한양행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는 100년 남짓으로 다른 나라 기업보다 훨씬 짧다. 그 이유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전통적인 풍조를 들 수 있다. 1960년대 산업화 이전 시대만 해도 부모들은 자식이 사업을 물려받는 것보다는 과거에서 급제하거나 고시에 합격하는 것을 ‘개천에서 용 났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녀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시대가 왔다. 앞으로 100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도 1000년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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