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오랜 고뇌 거친 진정한 각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과거사 공식 사과에 대해 인혁당 사건의 유가족들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혁당 피해자 유족단체인 4·9 통일평화재단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가 지지율이 하락해 수세에 몰리게 되자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전혀 마음에 없는 말로 사과했다”며 “유족은 박 후보의 이런 사과에 다시 한번 너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인혁당 피해자 고 우홍선씨의 부인 강순희(79)씨는 “궁지에 몰려 누가 써준 글을 그대로 읽은 느낌”이라며 “이미 이상한 얘기를 해 유족들 가슴을 흐려놓고 마지못해 하는 사과가 진심이 아니라는 점을 금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성향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렸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국가보안법과 공안 조작사건 등에 의한 희생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과 후속조치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폄하한 반면 보수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 김기린 정치팀장은 “박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서의 역할을 명확하게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비생산적인 과거사 논쟁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입장도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미래를 위한 경쟁”을 강조했고, 민주통합당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깎아내렸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가 오랜 고뇌를 거쳐 진정한 각오와 입장을 밝혔다”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미래를 위해 비전과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은 박 후보의 사과 기자회견 전 이뤄진 한 방송 인터뷰에서 “5·16 쿠데타 이후 또는 유신시대에 이뤄진 정치적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며 “부산일보·문화방송·영남대 등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문제도 말끔히 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늦었지만 변화된 인식을 보여준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5·16과 유신독재가 국민 전체를 통제, 억압했다는 점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만 사과를 국한하고 국민에 대한 사과가 없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후보가 회견 도중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잘못 읽은 것에 대해 “사과 대상의 사건명조차 헷갈리면서 하는 사과가 진정성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강구열·조성호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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