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글로벌 호크’ 4대의 1년 운영유지비가 공군 주력 전투기 135대의 유지비보다 더 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미 도입비용이 1조원이 넘을 경우를 대비한 타당성 재검토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1∼8월 진행한 사업타당성 재조사 결과 글로벌호크 1세트(기체 4대+부품 등)를 20년간 운영하는 비용이 6조원으로 추정됐다. 1년에 3000억원이 드는 셈이다. 공군 전투기 KF-16 135대의 연간 운영유지비는 2000억원이 채 안 되며 F-15K 전투기 60대도 연간 1000억원 수준이다.
재조사는 총사업비가 최초보다 30% 이상 증가할 경우 사업타당성을 재조사하도록 해야 하는 국가재정법에 따른 것이다.
재조사에서는 글로벌호크 도입 사업에 모두 1조105억원이 필요하다는 결과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11월 제시한 9400억원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정부는 4800억원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미국의 요구에 따라 도입 예산을 2배 이상 늘려야 할 형편이다. 1조원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경우 예산 증액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2008년 사업을 시작하며 도입비용으로 2487억원을 책정했다가 이듬해 미국에서 4000억원 수준을 요구하자 예산을 4800억원으로 수정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대폭 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감시전력 확충을 위해 글로벌호크 도입이 시급하지만 가격이 계속 상승해 협상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팬텀아이나 글로벌옵서버 등 대체 기종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실전 배치가 되지 않아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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