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나누라' 가르침 남겨"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을 찾아 조문한 뒤 정진석 추기경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허정호 기자 |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55분쯤 명동성당에 도착해 정진석 추기경의 안내로 대성전으로 들어갔다. 이어 김 추기경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앞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 숙여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정 추기경과 10분간 환담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 날 뵐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때는 말씀도 나누시고 하셨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정 추기경은 “그때가 사실상 마지막이셨다. 그 뒤로는 기력이 더 떨어져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힘들어 하셨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날 교회에 갔다 갑자기 뵙고 싶어서 병문안을 가게 됐다”며 “힘드시니 그냥 계시라고 만류하는데도 자꾸 말씀을 하려 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김 추기경께서 나라를 위해 큰일을 많이 하셨다’는 정 추기경 말에 “40년 전 추기경이 되셨을 때만 해도 한국이란 나라가 존재감이 없었을 때인데 한국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어렵고 힘든 때에 국민들에게 사랑하고 나누라는 큰 가르침을 남기셨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국무회의에서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찾아뵐 때마다 나라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큰 힘이 됐는데 이제 국가의 큰 어른을 잃게 됐다”며 거듭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현대그룹 재직 시부터 고인과 인연을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1970년대 현대건설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근로자를 위한 병원을 만들면서 김 추기경한테 병원을 위탁관리해 줄 것을 부탁했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건강이 좋지 않던 젊은 시절 동사무소 소개로 찾아간 병원에서는무료환자들을 잘 돌봐주지 않았는데 천주교 병원에선 진심으로 간호하고 돌봐 줘 거기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고 김 부대변인은 전했다.
당시 김 추기경은 “현대에서 병원을 만들면 모두 자신들이 맡겠다고 나설 텐데 어떻게 부탁도 하지 않은 우리한테 오게 됐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그냥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맡아주면 우리 근로자들이 더 빨리 나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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