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명 조회 뒤 삭제… 사이트 관리자 처벌될듯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이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게시판에, 각 행의 첫 글자를 잇는 방식으로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시가 올라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대북 단파라디오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의 ‘독자마당’ 게시판에 12행으로 구성된 시 한 편이 올라왔는데, 그냥 보면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 이으면 ‘김정일 미친X 김정은 개XX’라는 욕설로 읽힌다는 것이다. 이 시는 이튿날 밤 10시까지 그냥 방치돼 수백명이 조회한 뒤에야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민족끼리’는 외부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독자마당' 게시판을 개설한 뒤 관리자 검열을 거친 글만 올려 왔는데 이 시의 경우 단순히 김정일 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보고 미리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북한방송의 한 통신원은 “300명 이상 읽어본 뒤 삭제됐는데 읽어본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매우 정교하게 잘 쓴 시여서 (비방글인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시가 삭제되고 이틀 뒤 중국 선양으로 급파된 북한 노동당 검열단은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운영을 맡아 온 ‘조선6·15심양봉사소’ 관계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곧 관련자들이 본국으로 소환돼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통신원은 덧붙였다.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을 포함해 20여 명으로 구성된 당 검열단은 또 중국 동북지구에 파견된 외화벌이 기관 등을 대상으로 구랍 25일 특별 사상점검에 들어갔다고 이 통신원은 전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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