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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미래다] 탈북자는 ‘가깝고도 먼 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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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5-24 10:50:00 수정 : 2012-05-24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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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명 설문조사… ‘이중성’ 보여
국민 70.6%가 “한국인이다”
인식·행동 달라 ‘보이지 않는 벽’
탈북자 박모(48)씨는 아파트 전기 관리 기사 자리를 소개받아 출근했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아파트 관리소장이 “당신이 북한 사람인 것을 알면 주민들이 반발할 것이니 북한에서 왔다고 절대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것.

이후 박씨는 입주민을 만나면 북한 억양을 들키지 않으려 단답형으로만 답했다. 박씨는 “남한에 오면 환영받으며 더 나은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북한 사람을 꺼린다는 것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탈북자를 국민으로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차별적인 시선도 공존하고 있어 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북한 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동아시아연구원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국민정체성 조사’(2010년) 결과에 따르면 탈북자가 ‘대한민국 국민이다’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가깝다’고 답한 비율은 70.6%로 ‘완전히 남이다’ 또는 ‘남에 가깝다’고 답한 비율(28.4%)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인들이 국내에 정착한 외국인과 달리 탈북자들을 ‘보다 가까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은 사뭇 다르게 조사됐다. 탈북자와 알고 지내거나(81.7%), 직장동료(80.5%) 또는 친구(63.7%)로 지내는 것이 좋다고 답한 사람이 과반을 훨씬 웃돈 반면 자신 또는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대에 그쳤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북한학과 전공수업 중 학생들에게 ‘탈북자와 결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손을 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탈북자와 알고 지내는 것에는 호의적이지만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3년 전 탈북한 임모(36·여)씨는 북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회사 생활도 했었지만 남한에서의 직장 생활은 달랐다. 임씨는 “통화 중 상대방이 ‘북한 사람이냐’면서 말을 못 알아듣겠으니 다른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하더라”며 “이후 직장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찍혀 눈치를 봤다”고 말했다. 임씨는 결국 일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탈북자 연구단체인 NK지식인연대 현인애 부대표는 “북한군 사열 장면과 총포 쏘는 장면이 매스컴에서 자주 보도되는 것도 남측 주민의 편견을 더하고 있다”며 “남한 주민과 탈북자가 부딪치고 어우러지면서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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