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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골프·용돈 뭐 죄가 된다고…" 스폰서 관행 여전

입력 : 2014-04-02 06:30:00 수정 : 2014-04-03 14: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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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엘리트들마저 비리 불감… 부패척결 공허한 구호
대통령 비서실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곁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이다. 최고 수준의 업무 역량과 함께 누구보다도 높은 수준의 도덕성, 청렴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감찰에 적발된 3∼5급 행정관 5명의 행태를 보면 공직엘리트의 소명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와대는 이들을 조용히 소속부처로 돌려보내며 징계를 마무리했다. 해당부처는 아무런 조치 없이 새로운 보직을 맡겼다. 관료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 박힌 ‘비위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금품·향응·골프…’ 바뀐 게 없어

‘상습적이다. 직무 관련자와 수시로 어울린다. 스폰서로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공직기강팀)이 이들에 대해 표현한 부분이다. 비위가 일상적 수준인 것으로 확인된 만큼 ‘원복 후 징계’ 결론이 차례로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B씨(4급)는 금품 약 23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됐다. 청와대는 B씨가 삼성전자 모 부사장과 격월로 만나 식사대접과 함께 ‘용돈조’로 100만원씩 받은 부분에 주목했다. B씨는 삼성카드,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 간부와도 ‘수시로’ 어울려 식사나 골프를 접대받고 콘서트 티켓을 챙겼다. 적발 시점도 각별한 근무기강 확립이 요구되는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이었다.

기획재정부 출신 C씨(4급)는 350만원 상당의 금품, 향응을 수수했다. 삼성전자 간부와 만나 식사대접과 함께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 ‘BH(청와대) 근무 축하선물’ 명목이었다. 정권이 출범하는데 청와대 입성을 축하하며 직무관련자와 어울린 셈이다. C씨는 추가로 CJ그룹에서 상품권 70만원어치를 받았고, 청와대 파견 전 GS그룹과 CJ그룹에서 상품권 150만원어치를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금융위원회 출신인 D씨(4급)는 금품 수수가 잦았다. 삼성생명·증권·카드, 금융투자협회,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태평양 등 다양한 직무관련자들로부터 170만원 상당의 티켓, 상품권, 선물을 받았다. 회계법인, 법무법인, 투자자문사 관계자들과 골프를 친 사실도 적발됐다. E씨(5급)도 향응과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하지만 E씨는 “감찰 조사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옛 국무총리실 출신 A씨(3급)는 기혼인 동창과 10회가량 만나는 과정에서 공용카드를 유용하고, 충남 안면도 여행을 위해 직장을 무단 이탈한 사실 등이 적발돼 짐을 쌌다. 이에 대해 A씨는 “부적절한 남녀관계는 결코 아니다”며 “소명을 충분히 했다”고 해명했다.

◆‘적발돼도 쉬쉬’…새 보직 발령


적발 이후 조치도 납득하기 힘들다. 공정위 출신 B씨(작년 12월 사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견책이나 감봉 등 경징계도 받지 않고 멀쩡히 새 보직을 받았다.

A씨는 올해 초 중앙행정과 지방재정 업무를 다루는 요직인 국무조정실 고위공무원(국장급)으로 발령났다. C씨는 기재부 관세 관련 과장, D씨는 금융위 서민금융 관련 과장으로 각각 발령났다. E씨는 일선 세무서 과장 보직을 받았다.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E씨를 제외하면 모두 “복귀 후 별도로 징계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품수수라고 하면 수천만원, 수억원을 상상하지만 수백만원 수수 사실만 확인돼도 면직 처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도 “공무원이라면 현금이나 상품권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 행위인지 분명히 인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들이 무사한 것은 청와대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원복 자체로 중징계를 했다는 정서가 바뀌질 않는 것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청와대 파견은 그 자체로 승진을 보장하는 인사”라며 “이 미래가 깨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유사 사례 때 청와대는 “원복 자체가 상당히 강한 징계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이 각 부처 선두주자들이었고, 추후 고위공직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한 처신을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권 출범 초기에는 향후 5년간의 정책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최고 엘리트들이 선발됐다. A국장은 역량 면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다는 평이고, B과장은 경제민주화 정책 수립의 핵심 실무자였다. C과장은 세제실 에이스로 불렸고, D과장은 사안을 바라보는 눈이 날카롭기로 정평이 났다. E과장 역시 비고시 출신으로 5급까지 승진한 인물이다.

청와대 파견을 거친 한 부처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연관될수록 관리 강도가 세고 관리 담당자도 많다”고 전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이 ‘협조’라는 이름으로 요청하는데 어느 기업이 거부하겠느냐”며 “식사비 대납과 공연 티켓 상납을 받아주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현일·정진수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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