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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朴 “고의로 날 음해”… 金실장 “문건 누가 빼돌려 靑 흔드나”

입력 : 2014-12-03 06:00:00 수정 : 2014-12-03 14: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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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제보자 통해 A4 100여장 입수
유출 경위 규명위해 ‘투트랙 전략’ 동원
金실장 ‘농간’ 규정 대통령에 보고 안해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56) EG그룹 회장이 ‘청와대 기밀이 유출되고 있다’, ‘나를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직접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에 경위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특히 박 회장이 남재준(70) 전 국정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청와대 내부에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이 있어 문건 유출 경위 파악이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문건 유출자를 확인했는지, 했다면 그 유출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이 실제 경위 조사에 나섰는지, 남 전 원장의 갑작스런 사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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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누군가 나를 음해한다”

박 회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이 외부에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5월12일이다. 박 회장이 직접 문서를 입수한 것은 약 이틀 뒤다.

문서는 A4 용지 100여장 분량으로 박 회장 주변인을 언급하며 대통령 친인척 행세를 할 수 있으니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과 주변인 관리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맡았다.

박 회장은 우선 청와대에 심각한 보안 사고가 발생했고,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고 봤다. 아울러 청와대 문건을 시중에 고의로 유포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망신 주거나 세상과 고립시키려 한다고도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사용했다. 우선 정호성(45) 청와대 1부속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며 직접보고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세력이 문건을 빼돌리고 있는지 불확실한 만큼 자체 점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런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실장은 오히려 청와대를 음해하려는 세력의 농간으로 규정했다. 김 실장은 “어떤 놈이 무고를 하느냐”고 화를 내며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이 맡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경찰 출신 박모 행정관(경정)을 문건 유출자로 지목하고 집중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경정은 ‘비선 실세’로 지목돼온 정윤회(59)씨를 감찰하다가 경찰로 원대복귀한 상태였다.

◆도움 요청한 남재준 원장, 전격 경질

박 회장은 김 실장뿐만 아니라 남 국정원장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평소 “남 원장은 참군인이다. 좌고우면하지 않는다”며 그를 상당히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청와대가 문건 유출 진상을 조사할 예정인데 사실 믿을 수 없다. 국정원이 나서 달라. 대통령에게 청와대 보안 점검을 해 달라고 특별지시를 요구할 테니 국정원에서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원장도 박 회장 요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청와대 특별 보안점검 요구를 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내용은 정 비서관과 김 실장을 거쳐 박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으로 박 회장은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자체 경위 파악에 나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남 원장이 10여일 후 갑작스레 경질되면서 사안은 종결됐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사표 수리된 남 원장은 당시 세월호 참사 이후 민심 수습 차원에서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 회장 제보는 자신이 관련된 청와대 문서뿐만 아니라 다른 청와대 문건 유출에도 박 경정 외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며 “김 실장과 청와대가 박 회장 ‘제보를 받고 조사를 벌인 뒤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도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김준모·조현일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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