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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진 내딸 안심하고 키우려 고향왔는데"

입력 : 2011-11-21 17:36:59 수정 : 2011-11-21 17: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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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 이웃들' 장애여성 상습 성폭행
"이제 누굴 믿어야 할지"…피해부모 자책하며 '하루하루'
"장애가 있는 딸을 모르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키우는 것이 불안해서 고향에 왔는데 믿었던 이웃이 이같은 짓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21일 전남 장흥군 관산읍의 한 주택 앞.

마을 주민들로 수차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정신지체 3급 여성(21)의 아버지 A(50)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 11월 A씨는 아내의 지인을 통해 딸이 같은 마을 목욕탕에 근무하던 오모(66)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문을 전해들었다.

믿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범행이 일어난 건물에서 소리를 들었다는 주민이 있었고 그 주민의 도움으로 A씨 가족은 오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오씨는 자취방 등에서 A씨의 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A씨 가족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오씨와 딸의 진술을 토대로 10여 명의 가해자가 더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A씨의 친척 이모(58)씨가 성폭력 혐의로 구속됐고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지내던 인근 나들목가게 주인 윤모(71)씨 등 2명은 고령을 이유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모두 평소에 나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나와 아내 모두 낮에는 밖에 나가 일을 해 딸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시설에서 지내던 딸이 집에 돌아온 지 2개월여가 흘렀지만 A씨 가족은 돌아가며 집에서 딸을 지키고 밖에 못 나가게 하는 것 외에 딸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

인근 주택가와 5분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A씨는 아예 외부인이 문을 두드리면 열어주지 않고 있다.

A씨는 "처음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낯선 사람을 볼 때마다 엄마 뒤로 숨는다"며 조심스럽게 기자를 집안으로 들였다.

피해자인 딸은 아버지로부터 소개를 받고 나서야 경계심을 늦추고 기자와 눈을 마주쳤다.

딸은 "집 안에만 있는 게 싫지만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 마을 사람들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마을 미용실 아주머니가 머리를 예쁘게 잘해서 나도 미용기술을 배우고 싶다"면서도 "이 마을에서 미용실을 하고 싶지 않다. 다른 지역에 가서 친구도 사귀고 미용사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딸을 언제까지 집안에 둘 수도 없지만 다른 곳에 가서도 악몽이 반복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때문에 선뜻 보호 시설 등에 보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의 한 주민은 "겉으로는 쉬쉬하고 있지만 검찰이 몇 번이나 다녀가서 모든 주민이 알고 있다"며 "검찰에서 지난주에 4명을 더 잡아갔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피해를 본 아이는 물론 마을에 흉흉한 소문이 더 크게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가해자들을 가려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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