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괜찮아. 당신 몸이나 잘 추슬러.’
거짓말이었다. 폐렴을 앓던 두 살배기 둘째 딸은 이틀 전 세상을 떠났다.
28사단 중대 행정보급관 전효택(35) 상사는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부인 백현정(31)씨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충격으로 병세가 악화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큰딸도 급성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현재 백씨는 말을 할 수 없어 부부는 필담을 나누는 상태다.
급성 중증 폐렴으로 두 살배기 딸을 먼저 떠나보낸 전효택 상사가 21일 같은 병으로 아내가 투병 중인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딸 사진을 보고 있다. 육군 제공 |
백씨는 8일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돼 15일 폐 이식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주영이도 병세가 악화해 11일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하지만 진주는 병마와 싸우다 끝내 19일 마지막 숨을 거뒀다. 아빠와 친지 몇 명이 20일 진주를 화장했다. 16개월 짧은 삶을 산 진주는 마지막으로 엄마와 언니도 보지 못한 채 쓸쓸히 세상을 떠나야 했다. 전 상사는 “진주가 돌 잔치를 할 때 몸에 이상이 좀 있었는데, 그때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전 상사는 막내를 잃고 슬퍼할 새도 없다. 여전히 투병 중인 아내와 큰딸은 진주의 죽음도 모르고 있다. 지금까지 1억원이 넘는 치료비도 걱정이다. 희귀성 질환이라는 이유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전 상사 가족의 사연이 전해지자 육군이 발벗고 나섰다. 먼저 28사단은 전 장병이 나서 지난 5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성금 1000여만원을 마련해 전달했다. 육군본부도 간부를 대상으로 자율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은 전 상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격려금을 전달하고 적극 지원을 지시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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