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자식들까지 올라와 복구작업에 힘썼지만 산사태로 엉망이 된 집 안은 어수선했다. “산사태가 또 날까봐 불안해요.” 조씨는 “복구를 마치기도 전에 또 큰비가 온다니 지금까지 애쓴 게 허사가 될 것 같다”며 하늘을 원망하는 눈빛이었다. 이날 형촌마을 주민들은 군인과 경찰, 자원봉사자 등과 합세해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지만 오후부터 빗줄기가 거세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정병창(69)씨는 “배수로를 만들어주든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토로했다.
방수포로 응급조치 31일 중부지방에 또다시 집중호우가 내리자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서울 우면산 산사태 현장을 방수포로 덮고 있다. 송원영 기자 |
임광아파트 1층에 사는 황모(40)씨의 두려움은 컸다. 그의 집은 산사태로 밀려온 컨테이너에 받힌 차량이 베란다를 훼손하면서 집 안으로 엄청난 토사가 들이닥쳤다. 문제의 컨네이너는 아직도 황씨 집 앞 언덕 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황씨는 “며칠째 친척들과 집을 치우고 있는데 끝이 없다. 비가 많이 오면 저 컨테이너가 집을 덮칠까 불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가족들이 당분간 친척집에 머물기로 했다는 인근 래미안 아파트 주민 한동오(25)씨는 “하루아침에 집 앞 산이 무너지는 걸 보니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이사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는 복구작업을 방해했다. 빗줄기가 세지면 작업을 멈추고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재개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한 경찰관은 “비가 내려 땅이 다시 진흙투성이가 돼 통행이 어렵고 모래주머니 무게도 훨씬 무거워져 어제보다 힘이 갑절로 든다”고 말했다.
수해지역 주민 대부분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못해 괴로움을 토로했다. 복구작업을 도와주는 군인들의 식사를 준비하던 한 주민은 “다들 며칠째 출근도 못하고 있다. 친척집이나 찜찔방을 전전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수도와 전기도 끊긴 지 나흘 만에야 복구됐다.
하지만 임시방편으로 끌어온 전력이라 최소 한 달은 전등 하나와 냉장고 한 대 가동 분량의 최소전력으로만 생활해야 한다. 박정희(67·여)씨는 “한여름에 선풍기도 못 틀고 어떻게 사냐. 세탁기도 못 돌려 빨래를 못하고 있다”며 “구청에서든 한전에서든 대책을 세워줘야지 지금 생활이 말도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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