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한반도를 꽁꽁 얼린 ‘2월 한파’로 계량기 동파와 낙상 사고가 잇따르는 등 전국이 강추위에 몸살을 앓았다. 이번 한파는 비단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동유럽과 러시아 지역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고, 극동 지역에서는 최고 영하 50도를 밑도는 강추위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천리안 위성이 2일 오후 2시 촬영한 한반도 사진. 55년 만에 ‘2월 한파’가 찾아온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과 북한, 만주 지역에 지난달 31일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기상청 제공 |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은 1957년 이후 ‘55년 만에’ 가장 낮은 2월 기온을 기록했다. 철원이 영하 24.6도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제천이 영하 23.8도, 대구 영하 12.4도, 전주 영하 11.6도, 광주 영하 9.7도 등 강추위가 전국을 꽁꽁 얼렸다. 기후 평년값을 낼 때 쓰이는 1981∼2010년간 30년을 놓고 보면 이날 추위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1986년 1월5일이 영하 19.2도로 가장 낮았고, 2001년 1월14일과 15일이 각각 영하 17.7도, 영하 18.6도를 기록했다. 이날 기온은 최근 30년 동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추웠던 셈이다. 특히 2월 중 기온으로는 영하 17.3도를 보였던 1957년 2월11일 이후 55년 만의 강추위다.
지구촌을 강타한 이번 한파는 ‘북극의 고온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평상시에는 제트기류의 강력한 회전 소용돌이가 한기 덩어리를 감싸고 있어 차가운 공기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 북극 기온의 상승으로 제트기류의 회전력이 둔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까지 남하했다. 그 여파로 북극 한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유럽에 가장 먼저 한파가 닥쳤고, 이어 한반도와 일본 북부지역도 그 세력권에 들어갔다.
◆한반도 당분간 춥다
‘2월 한파’는 3일 아침을 고비로 일단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한 가운데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계속 남하하고 있다. 결론은 한반도에서 한파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상청은 최소한 2월 초순까지는 강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일 아침 서울 영하 13도, 철원 영하 21도, 대전 영하 13도, 광주 영하 8도, 부산 영하 8도로 예상되지만 낮 최고 기온은 서울 영하 3도, 철원 영하 5도, 대전 영하 1도, 광주 1도, 부산 2도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주말에는 평년 기온을 되찾겠지만 다음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년보다 4∼6도 낮은 추위가 전망된다”며 “올해 한파 추이를 봤을 때 이번 같은 추위가 한두 차례 더 찾아올 수도 있다”고 예보했다.
김채연·오현태 기자 w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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