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의 인생과 업적, 임종 직전 정황들을 응축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인간 본성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에서 30년 동안 저술가 겸 기자로 활동했던 한스 할터. 그는 10년에 걸쳐 자료를 반복 조사하고 검증한 끝에 5대 성인, 왕·군주, 정치가·군인, 종교인, 예술가 등 157명에 대한 ‘최후 발언’의 진실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산 자의 마지막 말은 천차만별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이것이 끝이로구나. 그리고 니체보(상관없다)”라고 말해 현세를 끝으로 인식한 반면,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는 “다시 볼게요. 다시 보자고요”라며 윤회관을 피력했다. 발명가 에디슨은 “저곳은 참으로 멋진 것 같소”라며 사후세계를 본 듯한 유언을 남겼다.
부처는 “태어나는 모든 사물은 덧없으며 결국 죽는다”며 마지막까지 진리를 설파했고, 공자는 “지는 꽃잎처럼 현자는 그렇게 가는구나”라며 시어 같은 유언을 남겼다. 가장 쓸쓸한 유언을 남긴 이는 “슬픔은 영원히 남는 거야. 난 이제 집에 가는 거라고”라고 말한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이고, 가장 아리송한 유언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겼다. 그는 법정에서 독약을 받아 마신 후 “크리톤, 우리는 아스클레피오스(치료의 신)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졌네, 그에게 그것을 제물로 바치게”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명언이 된 유언도 있다. 네덜란드 의학자 헤르만 부르하버는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그리고 장을 가득 채우지 마라”고 했고, 스위스 종교개혁가 츠빙글리는 “당신들은 내 육체를 죽일 수 있지만, 내 영혼은 죽일 수 없다”고 유언했다. 노벨상을 두 번 받은 마리 퀴리는 “나의 고통을 덜어준 것은 약이 아니라 자연과 신선한 산의 공기”라며 애틋한 자연사랑을 보여줬고, 뉴욕 갱스터 두목 더치 슐츠는 고열로 죽어가면서 “계산서를 주시오. 난 콩 요리를 주문했소”라며 엉뚱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