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드러낸 채 카메라 앞에 선 조선의 여인,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의 모습, 미개하고 게으른 조선의 남성들….100년 전 일제에 의해 만들어져 세계에 유포된 조선의 엽서 사진들은 그대로 조선의 표상이 됐다. 제작진은 “19세기 말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진엽서는 식민지에 대한 호기심의 표현이었다”면서 “조선의 미개하고 가난한 모습만을 골라 지배국의 시선을 투영시킨 조선의 엽서는 일제의 식민지배가 박애주의적인 선택이었다는 타당성을 부여한다”고 전한다. 조선은 스스로 근대화될 수 없는 나라라는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그 역사성과 정체성을 휘발시켜 버린 것.
프로그램은 한일병합 이후 일본 제국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은 자신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표상을 모아 엽서로 만들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고층건물과 넓은 도로로 채워져 가는 도시, 개선된 철도의 풍경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제작되고 관리됐던 사진엽서를 통해 조선은 ‘기생의 나라’ ‘매춘의 나라’로 전락했다. 담배와 같은 상품광고와 관광안내 책자 속에 쓰이면서 한국의 기생은 매춘 관광을 위한 선전도구로 쓰였다.
이어 프로그램은 일제의 사진 조작이 조선뿐 아니라 어떻게 자신들의 모습까지 왜곡시켰는지 보여준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의 각 신문들은 일왕의 종전 발표를 듣고 놀라고 슬퍼하는 국민들의 사진을 앞다퉈 내보내기 시작하는데 이 또한 패전에 대한 분노와 굴욕감을 지우기 위해 연출되고 조작된 사진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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