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장관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데다 야권의 반발을 사는 언행을 거듭하는 데 대해 경제수장으로서의 역할과 자질을 의문시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다.
청와대는 강 장관의 문제점을 수긍하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8일 “강 장관이 옛날 스타일로 ‘군기’를 잡고 뻣뻣하게 처신하다 보니, 사방에서 ‘미운털’이 박힐 대로 박힌 것 같다”며 “강 장관이 왜 공연히 매를 버는지 우리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책 평가 여부를 떠나 강 장관이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 자체가 팩트”라며 “이런 점에서 강 장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강 장관 교체 요구가 전혀 일리 없는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다.
강 장관에 대한 한나라당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강 장관이 종부세 개편안을 당정 협의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데 대한 반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친이(이명박)계의 한 핵심 당직자는 “솔직히 지금은 국민적 신뢰를 받고 경제 관련 부처를 매끄럽게 이끌어 나갈 경제부총리가 절실한 때”라며 “경제부총리 필요성을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강 장관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부총리 자리가 신설되더라도, 강 장관이 버티고 있으면 그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해서라는 설명이다.
친박(박근혜)계 재선 의원도 “현 위기에선 100점짜리 장관이 있어도 잘하기 어려운데, 강 장관은 50점 미만”이라며 “시장 생리도 모르고 걸핏하면 싸우려 드니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권은 그러나 이런 내부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강 장관을 껴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처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강 장관 ‘대타’로 누구를 내세우더라도 현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강 장관을 바꿔서 해결점을 찾는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며 “그러나 대내외 요건이 복잡하게 얽힌 지금의 위기는 누가 와도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민심 수습을 위한 정국 반전카드로 ‘강 장관 경질론’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식의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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