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량도 27년 만에 첫 마이너스 예고 내년 세계경제는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진단됐다. 세계은행이 0%대 성장을 전망하기는 1970년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특히 세계 교역량이 27년 만에 처음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9일 발표한 ‘글로벌 경제전망 2009’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2.5%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는 0.9%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올해 3.9%에서 내년 2.0%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은행의 한스 팀머 국장은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개도국의 탄탄한 성장세에 의해 견인되던 세계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한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며 “특히 신용경색 여파로 개발도상국의 경기 둔화가 매우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개도국의 내년 성장률은 4.5%를 기록, 2007년 7.9%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가운데 중국의 경우 내년 성장률이 90년 이후 가장 낮은 7.5%로 중국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8%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미국이 올해 1.4%에서 내년 -0.5%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지고 유로존(1.1→-0.3%)과 일본(0.5→-0.1%) 등 주요 선진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의 저스틴 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국면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동반 경기침체 여파로 전 세계 교역량은 내년에 2.1% 감소, 198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 수출 증가세가 과거 5년간 평균 15%에서 내년 3%로 급락하고 투자도 13%에서 3.5%로 둔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날 미국과 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미국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미국의 성장률이 내년 -0.9%까지 낮아질 것이라며 세계은행(-0.5%)보다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미 당국이 침체 타개를 위해 거시경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회생하기에 앞서 더 깊은 골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세계경제의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미국 채권도 급락세다. 특히 미국 국채는 이날 3개월짜리 수익률이 장중 한때 -0.050%까지 빠진 데 이어 -0.010%로 장을 마쳐,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는 4주 만기 국채 300억달러어치에 대한 입찰을 실시한 결과 0.000%의 수익률로 매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실시한 3개월 만기 국채 270억달러어치에 대한 입찰에서 낙찰 예정 물량보다 3배나 많은 금액이 응찰해 연 0.005%의 수익률로 낙찰된 바 있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속에 안전자산 선호가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시장이 본격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한 셈이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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