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말처럼 ‘쌍화점’에서 소재나 노출은 모두 부차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고려 공민왕(주진모)과 호위무사 홍림(조인성)의 격렬한 키스장면이 영화의 관객몰이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사실 홍림과 왕후(송지효)의 베드신과 별반 다른 느낌이 아니다. 동성애 코드가 있다고 해서 절대 ‘브로크백 마운틴’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노출 수위만 놓고 볼 때 ‘쌍화점’은 ‘미인도’를 뛰어넘어 ‘색, 계’에 버금간다. 그러나 결코 ‘거시기’하지 않다. “내 모든 걸 다 보여줬다”는 조인성의 말처럼 영화 곳곳에는 그의 벗겨진 엉덩이가 등장하지만 ‘화끈거림’보다는 ‘애틋함’이 앞선다.
신인급 배우 송지효의 화끈한 노출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데도 그렇지 않은 것은 “여배우에게서 여자로서의 매력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끄집어내려 한 감독”(주진모)의 연출 의도가 다분히 작용했다.
퓨전사극이라는 틀거리에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담았다는 ‘쌍화점’은 러닝타임 133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촘촘하게 짜인 웰메이드 멜로드라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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