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계의 대표이자 한국 현대사에 인권과 민주화의 등불을 밝힌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선종(善終)한 가운데 고인의 향기로운 삶을 따라 사랑을 실천하려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나며 두 눈의 각막을 기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장기기증 단체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신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사회복지 단체에도 관심 어린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17일 김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사회복지 단체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는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알려진 이후 후원 방법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이 단체는 해외 원조와 백혈병어린이돕기, 장기 기증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하고 있다.
김 추기경은 1989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결성해 몸소 각막 기증을 신청했고 2006년에는 서울대교구 사제들과 함께 장기 기증까지 신청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장기 기증과 관련해서는 오늘만 네 분이 직접 방문해 기증 의사를 밝혔고 다섯 분은 전화로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혀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기기증 운동 단체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평소 하루 평균 30명 내외인 장기기증 서명자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80명 선을 훌쩍 넘어섰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 이후 과히 폭발적이라고 할 정도로 장기기증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장기기증을 신청하려면 회원 가입 후 인증서를 작성하고 세부 항목에 체크를 해야 하는데, 단순한 문의 전화가 아니라 이런 복잡한 절차를 마치는 회원 등록이 평소의 두세 배씩 뛰고 있어 놀랍다"라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김 추기경의 뜻을 기리고 장기기증 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팝업창을 띄울 계획이다.
또 김 추기경이 직접 설립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성북동의 미혼모 자녀 입양기관인 '성가정입양원'에도 이날 입양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입양원 관계자는 "입양 문의가 평소에는 많으면 일주일에 열 통 정도였는데 오늘은 하루에만 대여섯 통의 전화가 올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며 "아무래도 추기경님의 선종 때문에 입양을 생각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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