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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히 가셔서 우리를 위해 격려·기도 해주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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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18 09:45:23 수정 : 2009-02-18 09: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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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시는 길 뵙자" 6만 5000명 조문…제단까지 2시간
김영삼·김대중 두 前대통령 명동성당 찾아 큰 뜻 기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형진 목사 등 종교계서도 애도
불교지도자들도 조문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을 비롯한 불교계 조문단이 17일 추기경 시신이 안치된 서울 명동성당을 방문해 합장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는 17일 새벽부터 시민·신자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져 이날 하루에만 6만5000여명이 조문을 했다. 정계와 문화예술계 등 각계 인사의 행렬도 끊이질 않았다.

오전 6시 조문이 시작되자 본당 대성전에는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방문객 물결이 쏟아졌다. 성당 좌석이 채워지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부는 통로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인근 인도까지 인파가 줄을 잇자 성당 측은 김 추기경이 안치된 제단 측면 문을 개방해 추모객을 맞았다. 추모객이 제단까지 가는 데는 꼬박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신자들은 제단 앞에서 성호를 그을 시간도 없이 간단히 목례만으로 추기경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대신했다. 일부 시민은 제단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오열하기도 했다. 신자 대부분은 조문을 마친 뒤 본당 맞은편 건물에 모여 ‘연도’(죽은 이를 위해 연이어 올리는 기도)를 올리며 김 추기경의 안식을 기원했다.

아침 일찍 경기 성남 집에서 출발했다는 정순희(73·여)씨는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우리의 정신적 지주이신 추기경께서 떠나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선종하셨지만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으실 것이다. 편히 가셔서 우리 위해 기도하고 격려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 명동성당으로 달려온 김 추기경의 조카 송인숙(59·여)씨는 유리관 앞에 덥석 주저앉아 오열을 그치질 못했다. 송씨는 “삼촌께서는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프다는 걸 알고 항상 없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가르치셨다”고 애통해했다.

정치권과 재계, 문화예술계 유명 인사들도 명동성당을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쯤 빈소를 찾아 유리관 앞에 서서 성호를 긋고 눈을 감아 고인의 넋을 기리는 기도를 올렸다. 김 전 대통령은 관을 한 바퀴 돌며 김 추기경의 잠든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족과 국민의 어른을 보냄에 인간적인 애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쯤 빈소를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인생을 바친 큰 분이셨다”고 기린 뒤 “대통령 재직 시절 추기경은 노동자 한 명의 문제로 청와대로 직접 찾아와 이야기를 할 정도로 소외된 사람들을 챙기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DJ가 왔다갔는지는 모르겠는데 ‘나이는 김영삼이 젊지만 우리 장래를 위해 먼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용훈 대법원장, 박희태 한나라·정세균 민주·이회창 자유선진당·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김경한 법무부 장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가수 인순이씨 등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데에는 종교의 경계도 없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회장인 문형진 목사와 불교방송재단이사장 영담 스님,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우스 대주교 등이 성당을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김효진·조은님 인턴기자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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