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께 검은색 중절모를 쓰고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수행원 10여명과 함께 성당에 도착했다.
방명록에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짧게 쓴 그는 곧바로 김 추기경의 시신이 유리관 속에 안치된 대성전으로 들어섰고 관 앞에서 눈을 감은 채 합장을 하며 애도를 표했다.
김운회 주교의 안내를 받아 관 옆으로 이동한 전 전 대통령은 김 주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눴고 2분 정도의 짧은 조문을 마친 뒤 성당을 빠져나갔다.
이어 몰려든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한 전 전 대통령은 `김 추기경과 인연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살짝 웃으며 "인연이 깊다"고 대답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1사단장으로 있을 때 지학순 주교님과 함께 오셔서 사단 내에 성당을 지어달라고 부탁을 해 들어준 적이 있다. 보안사령관을 할 때도 개인적으로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초청한 자리에서 김 추기경을 또 만났는데, 교황이 폴란드 사람이고 축구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육군 축구선수 출신이라 다정하게 얘기를 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사람이 때가 되면 가는 것이지만 어려울 때 도와주시고 조언을 해주고 가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애석하다"고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해 언론의 역할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이 단합해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며 "언론이 국민을 화합하는 방향으로 정치적인 싸움을 붙이지 말고 선도하는 역할을 해달라. 이대로 난국을 극복하지 못하면 통일도 안 되고 강대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 추기경과 악연에 대해 말해 달라'는 등의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으며 다시 조문 안내소에 들어가 2분가량 머물다 자리를 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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