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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던 '몸통'이 결국…참여정부 도덕성 회복불능

입력 : 2009-04-08 09:35:48 수정 : 2009-04-08 09: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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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 홈피에 사과문 전격 게재 설마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났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 ‘박연차 리스트’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7일 ‘고해성사’하듯 사과문을 통해 부인 권양숙씨가 돈을 받았음을 밝혔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리스트’의 ‘몸통’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추락했고, 친노 진영은 패가망신의 위기에 처했다. 주변으로 치고 들어가던 검찰의 칼날도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직접 겨냥하게 됐다.

이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노 전 대통령은 ‘집사’였던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되자 이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씨의 금품 수수사실을 공개한 것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이날 자택에서 체포돼 박 회장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 1차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행여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권씨기 받은 돈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뒤집어쓰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힌다”며 “혹시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며 고해성사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봉하마을로 좁혀오는 일련의 검찰 수사망이 이실직고에 나선 직접적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과 이유와 배경이 어떻든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졌다. 일단 돈을 빌린 시점이 문제다. 박 회장에게 돈을 빌린 것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던 2005∼06년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이후 재임 5년간 재산이 5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신고한 바 있어 부인 권씨가 돈을 빌린 이유가 아리송하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집을 팔아 수억원대의 현금을 보유한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언제, 어떤 경로로 돈을 받았으며 그 성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박 회장 간 500만달러의 거래에 대해서도 침묵하다 이날 함께 밝힌 점도 비난받을 대목이다. 그동안 500만달러의 성격을 놓고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는 각종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는 “퇴임 후 사실을 알았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의 친형과 최측근들의 구속, 옛 비서진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박 회장의 돈이 노 전 대통령에게도 유입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친노 진영은 초토화하는 모양새다.

최측근으로 ‘우광재·좌희정’으로 불리던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 의원은 박 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6일 구속됐고, 안 최고위원은 강금원씨 사건에 연루돼 있다.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박정규 전 민정수석도 같은 이유로 구속된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이 ‘시골 촌로’라고 한 친형 건평씨는 농협 자회사 인수 과정에 개입해 돈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역시 구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 자신도 박 회장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동안 참여정부가 기치로 내건 ‘돈정치 청산’의 개혁 기치가 퇴색됐다.

하동원 기자 goodnews@segye.com

<사과문 전문>

사과드립니다.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힙니다. 지금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할 것입니다. 그리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에 관하여도 해명을 드립니다. 역시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퇴임 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사업에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9년 4월 7일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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