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7년 6월 청와대에 들어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100만달러(약 10억원)가 담긴 돈가방을 건넨 뒤로도 약 3개월 동안 청와대를 10여차례 더 드나들었다. 태광실업이 추진하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과 관련한 박씨 ‘의중’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씨는 원래 청와대를 많이 왕래했다”고 말했다.
정씨가 청와대 문턱이 닳도록 자주 드나들던 무렵 태광실업은 사운을 걸고 발전소 사업에 매달렸다. 태광실업은 2007년 5월부터 이 사업을 위해 외교통상부에 관련 문서를 내고 답신받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비슷한 시기 휴켐스 임원 A씨도 수차례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2005년 초부터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도맡아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베트남 사업과 관련해 박씨 지시를 받고 청와대로 들어가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청와대에 드나들 때 누군가에게 미리 알려 신분증 제시 절차 외에는 출입에 별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07년 9월 청와대 부근 유명 중국음식점에서 정부 부처 차관과 수차례 접촉하며 발전소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를 이미 여러번 조사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요즘도 거의 매일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달러를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포괄적 뇌물’로 의심한다. 태광실업이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모종의 도움을 준 것 등이 대통령 직무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박씨도 검찰 조사에서 600만달러에 대해 “대통령 임기 중 여러 사업에 편의를 봐준 것에 대한 답례 성격”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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